ㆍ전세종말 불신대책
‘전세의 종말.’
2015년은 오랜 기간 서민들의 내집 마련 전 단계로 유지돼 왔던 전세제도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수면으로 떠오른 해였다. 전세 물량이 부족하고 전셋값은 치솟으면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전세난민’이 속출했다.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싸게 오른 전셋값에 재계약을 하거나 월세 또는 주택 구입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 뾰족한 전·월세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전셋집을 찾는 사람은 늘어나지만 물량은 여전히 부족해 ‘미친 전·월세’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세난은 지난 몇 년 동안의 주택 경기 침체와 저금리 현상이 빚어낸 결과다. 2년 전까지 주택 경기가 침체하면서 매년 3만가구였던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2만가구대로 떨어졌다. 그 와중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인 연 1.5%까지 낮아졌다. ‘빚내서 집을 살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해 7월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시장 정상화는 전·월세 안정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 가구가 집을 살 수 있게 돼 전·월세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예측은 빗나갔다. 금리가 낮아져 전세 보증금으로 얻을 수 있는 이자수익이 줄어들자 집주인들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세 물량이 급감했다.
전세가 귀해지니 전셋값이 올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은 13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11월 69.6%이던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1년 만에 73.7%로 올랐다. 서울 일부 지역은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90%를 넘기도 했다. 매매가 3억원의 아파트를 보증금 2억8000만원의 전세를 끼고 2000만원에 사들인 뒤 집값이 오르면 다시 팔아 이익을 챙기는 식의 이른바 ‘무피투자’가 횡행하기도 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세난민들의 몫이 됐다.
늘어난 재개발·재건축도 전세난을 부추겼다. 재개발·재건축을 완화한 부동산 3법 통과 이후 서울 강남·강동지역 재건축이 급물살을 탔고, 기존 거주자들은 재건축이 끝날 때까지 살아야 할 전셋집을 찾게 돼 전세 수요는 더 늘었다. 전세가 없다 보니 월세가 늘었다. 지난해 40%를 기록했던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중은 올해 줄곧 43% 이상으로 올라갔다. 월세도 꾸준히 오르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월 5666만원이던 전국 평균 아파트 월세 보증금은 11월 5746만원까지 올랐다.
전·월세난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세입자들이 주택을 사기보다는 전세로 눌러앉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금리 인상 영향으로 국내 대출금리도 오르겠지만, 상승폭이 크지 않아 집주인이 전세를 유지할 유인은 여전히 낮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에도 수도권 지역은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전세 수요가 많아 전·월세난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수도권으로…전세난민들, 재건축 이주자들에 밀려 연쇄 이동” ㆍ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전세난민들의 연쇄 피난행렬이 이어졌습니다.”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50·사진)는 22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 한 해 벌어진 전세난의 실태를 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박 대표는 “서울 강남지역의 재건축 이주자들이 인근 다가구·연립주택 등의 전셋집으로 대거 옮겨가면서 전셋값이 급등했고, 오른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는 기존 세입자들은 재건축 이주자들에게 집을 내준 채 서울 밖으로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재건축 완화로 민간 건설업자들은 이득을 보지만 세입자들의 부담은 늘었다고도 지적했다. 지은 지 20년 정도 지난 다가구주택이면 세입자들이 살 수 있는데, 이를 부수고 평수를 늘려 지으면서 매매가와 임대료가 함께 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에 대해서는 “저금리 상황에서 벌어지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면서도 “다만 세입자들이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전·월세 보증금 상승률을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 등을 한시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전·월세 정책에 대해서는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외에는 기억에 남는 게 없다”며 “정부가 재정 문제로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기 부담스럽다면 비영리단체들이 다양한 형태의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당은 전세난 해소를 위해 구성된 국회 서민주거특위에 미온적으로 참석하는 등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야당도 전·월세 등 주거난을 이슈화하지 못한 것 같다고 박 대표는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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