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와이오밍주 F.E.워런공군기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 3 미사일 발사 임무를 맡은 대위가 9일 모의 발사 장치를 조작하고 있다. F E 워런공군기지|AP연합뉴스


미 공군 핵무기부대가 연이어 구설에 오르고 있다. 전세계가 핵전쟁보다는 핵억지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 정세와는 관계없이 핵무기부대가 고된 근무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핵무기부대의 기강해이 논란이 커진 것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 공군이 발표한 미국 몬태나주 말스트롬 공군기지에서 발각됐다고 발표한 ‘컨닝 사건’이었다. 말스트롬 기지에서 핵미사일 관리를 맡고 있는 부대원 34명이 ‘비상전쟁명령’ 월례고사에서 부정행위를 벌였다는 내용이었다. 이 시험은 미사일 발사 암호 숙지 등 비상시 대응상태와 업무 관련 지식 숙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말스트롬 기지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이 150기 배치돼 있다.

이 사건 이후 부대원들이 전원 재시험을 보게됐고 일부는 직무에서 배제되는 등 후속 조치가 이어졌다. 그러나 후속 조치만으로 논란이 끝나지 않았다. 말스트롬 기지에서 시험 부정행위가 일상적이었다는 전직 말스트롬 기지 부대원들의 증언이 뉴욕타임스 22일자 보도로 전해진 것이다. 말스트롬 기지에서 미사일 발사 임무를 맡았던 브라이언 위든은 “일상적으로 동료들에게 시험 문제 답을 알려줬고, 나 또한 교관들에게 시험문제 답을 확인받았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다른 전직 부대원은 자신을 포함해 기지 부대원 85~90%가 부정행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부정행위 사실은 말스트롬 기지 부대원들의 마약 복용 사실을 조사하던 중에 확인된 것이라 충격이 더 컸다. 지난 9일 말스트롬 기지 부대원 2명이 불법 마약 소지 혐의로 조사를 받기 시작한 뒤 총 장교 11명에 대한 관련 조사가 진행중이었다. 결국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핵무기부대의 실태 조사 및 핵무기부대 지휘부 소집을 내렸다고 23일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당근은 없지만 채찍은 가혹한 상황’이 부대 내 부정행위가 수년간 반복된 이유라는 의견이 나왔다. “처벌이 너무 가혹해서 부대원들이 아무도 (시험에) 떨어지지 않도록 협업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또다른 전직 부대원 브루스 블레어가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시험에 탈락한 부대원은 미사일 발사대 주변 지하 캡슐에 갇힌 채 추가 근무를 하는 등 ‘성가신’ 일들을 해야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덧붙였다.

그러나 핵무기부대의 기강 해이는 궁극적으로 세계정세나 안보현실과 괴리를 느낀 부대원들의 사기저하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냉전 시기 이후 전세계가 ‘핵전쟁’보다 ‘핵억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많은 핵무기부대 부대원들이 이에 사기저하를 느꼈다는 것이다. 지난 2001년 9·11테러 당시에도 말스트롬 기지에 근무했던 위든은 “9·11테러를 지켜보면서, 핵무기가 더 이상 국가안보의 중심이 아니라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