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중앙정보국(CIA)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CIA가 불법으로 빼냈다는 의혹이 나왔다. 정보위는 쿠바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내 포로수용소에서 CIA가 주도한 구금·심문 프로그램을 조사하고 있었다.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졌던 관타나모에서의 활동 내용을 CIA가 은폐하려했다는 의혹이 일자 CIA는 내부조사에 착수했다.

 

뉴욕타임스는 5일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CIA 요원들이 정보위가 조사에 사용하는 통신망에 불법으로 접근하고 정보위의 조사 내용을 확인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또 CIA 감사관실이 CIA의 상원 정보위 불법 접근 의혹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상원 정보위원장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민주당)도 이날 “현재 CIA에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CIA의 구체적인 활동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정보위 소속 마크 우달 상원의원(민주당)이 4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 CIA의 활동을 “전례없는 행동”으로 표현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우달은 “정보위의 국가기관을 감시 기능은 헌법의 권력 분립 원칙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정보위의 감시 기능과 국가 민주주의에 심각한 문제”라고도 말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뒤 체포한 테러용의자를 수감하면서 인권유린 논란의 대상이었다. 특히 CIA는 관타나모 수감자들에게 적용한 물고문을 비롯한 강화된신문기법을 기획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을 부채질했다. 정보위는 CIA가 부시 전 행정부 때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실시한 구금·신문 프로그램 조사를 4년간 4000만달러 이상을 들여 진행해 6000쪽에 이르는 조사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존 브레넌 CIA 국장은 지난해 성명을 통해 논란이 된 신문 방법에 대해 “정보를 얻기에는 부적절한 방법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브레넌은 평소 정보위가 제작한 많은 분량의 보고서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한 것으로고 알려졌다. 브레넌은 이번 논란에 대해 5일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거짓 주장”이라는 취지의 성명서를 냈다. 미국 언론들은 그동안 관타나모 문제 조사를 놓고 정보위와 CIA 사이의 갈등이 이번 논란으로 더 커졌다고 전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