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잠룡’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복수심에 발목 잡히나

ㆍ측근들 조지워싱턴 다리 일부 차로 폐쇄 모의… 정치보복 의혹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51)가 최악의 정치위기를 맞고 있다. 자신의 재선을 반대한 시장에게 정치적 ‘복수’를 했다는 일명 ‘브리지 게이트’가 터졌기 때문이다.

뉴저지 지역신문인 더 레코드는 크리스티 주지사의 부비서실장과 뉴욕 뉴저지 항만공사 직원 데이비드 윌드스타인이 주고받은 e메일과 문자메시지를 8일 공개했다. 크리스티가 주지사 선거를 앞둔 지난해 9월9일 조지워싱턴 다리의 차로를 고의적으로 폐쇄하기로 모의한 내용이다. 당시 조지워싱턴 다리 3개 차로 가운데 2개 차로가 사전통지 없이 ‘교통 연구’라는 명목으로 폐쇄된 것이다. 뉴욕주 맨해튼과 뉴저지주 포트 리를 잇는 조지워싱턴 다리는 심한 교통체증으로 악명이 높다. 나흘간 다리가 예고도 없이 폐쇄되는 바람에 학생들의 지각 사태가 빚어졌고, 늦어진 911 긴급 출동 때문에 환자가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이후 다리 폐쇄가 크리스티가 벌인 ‘정치적 복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다리 폐쇄로 피해를 본 포트 리 시장이 크리스티 주지사 재선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는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는 “별일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지난달에는 조지워싱턴 다리의 관리책임을 맡은 항만공사 사장이 사임하기도 했다.

공개된 e메일과 문자메시지에는 폐쇄 시기에 대한 논의, 폐쇄 이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이 들어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크리스티의 측근들이 (폐쇄로 빚어진) 혼란을 즐거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도 전했다. 브리지 게이트의 주역인 윌드스타인은 공교롭게도 크리스티의 고등학교 친구이며, 크리스티가 항만공사 취업을 알선했다. 

이날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크리스티가 직접 도로 폐쇄를 지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크리스티도 “보좌진이 잘못 움직였다는 것, 부적절한 행위가 지시 없이 이뤄졌다는 데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는 성명을 8일 발표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다리 폐쇄의 미스터리가 풀렸다”며 “크리스티의 정치 보복이 명백해졌다”고 전했다.

이로써 크리스티가 차기 대권 주자로 쌓아온 이미지가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일로 법과 원칙, 진실성 등 크리스티가 쌓아온 이미지가 깨졌다”고 보도했다. 뉴저지 주지사로 무탈하게 일했다는 평가를 받은 크리스티는 2012년 미 상원이 허리케인 샌디 피해 긴급구조법안 통과를 미루자 직설적인 비판을 하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지난해 말 CNN의 대선 가상대결에서는 민주당 유력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근소하게 앞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