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결선 62% 득표 재선…아르헨·브라질과 ‘양극화 해소’ 노선도 닮아
칠레의 첫 여성 대통령이던 미첼 바첼레트(62)가 다시 대통령궁으로 돌아온다. 이로써 ‘남미 A-B-C’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는 모두 ‘실용적 중도좌파’ 성향의 여성 대통령 집권하에 있게 됐다.
중도좌파 연합 ‘누에바 마요리아’(새로운 다수) 대통령 후보인 바첼레트는 15일 끝난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 결과 346만8389표(득표율 62.16%)를 얻어, 함께 결선에 오른 우파 ‘알리안사’(동맹) 에벨린 마테이 후보(60·득표율 37.83%)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미 지난달 17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과반에 가까운 득표를 얻어 당선이 기정사실화됐던 바첼레트는 내년 3월부터 공식적으로 칠레의 36대 대통령이 된다.
2007년 남편에 이어 아르헨티나 대통령 자리에 오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60), 국제사회에서 작지 않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66)과 함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을 이끌며 남미 정치·경제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세 나라에 모두 여성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우고 차베스 등으로 대표되는 반미 강경좌파 대신 ‘실용적 중도좌파’가 남미에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베네수엘라 등 남미 4개국 대사를 지낸 인도의 비스와나탄은 남미 언론 메르코프레스 기고문에서 “남미의 실용좌파와 급진좌파 가운데 급진좌파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첼레트는 2010년부터 칠레에 불거진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헌법 개정과 무상교육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바첼레트는 15일 당선 확정 후 첫 연설에서 “모두가 교육받을 권리를 동등하게 얻을 수 있도록 헌법을 개혁하겠다”며 공약 이행 의지를 다시 밝혔다. 경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조세제도 개혁도 그의 공약이다.
페르난데스도 지난달 18일 뇌수술을 마치고 공식 업무에 복귀한 뒤 대형기업 국유화 등 정부의 경제 개입 기조를 유지할 뜻을 보였다. 호세프도 우유·설탕 등 생필품에 대한 세금을 낮추고, 빈곤퇴치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남미 중도좌파의 대부 격인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68)의 공식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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