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지중해에서 표류하던 몰도바 선적 화물선 블루스카이M호가 불법이민자 770명을 태운 채 발견됐다. 이튿날에는 난민 360여명을 태운 시에라리온 선적 화물선 에자딘호가 지중해상에서 발견됐다. 난민들은 대체로 무사히 구조됐지만, 승무원 없는 유령선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공포에 떨었다. 대형 화물선을 싼 값에 사고 파는 것이 쉬워지면서 새로 생겨난 ‘유령선 수법’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AFP통신은 ‘유령선 수법’이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그동안 브로커들은 지중해를 건너려는 중동·아프리카 난민들을 소형 고무보트와 어선에 태웠다. ‘유령선 수법’은 대형 화물선을 사용해 난민 수백명을 태운 뒤, 지중해 한가운데서 승무원들이 난민들만 남기고 모두 내려 도망가는 수법이다. 브로커들과 승무원들은 해안 경비대의 단속을 피하고, 난민들만 연료가 떨어진 배에 남아 지중해 한가운데 표류하게 된다.
이 수법은 대형 선박을 쉽게 구하게 돼 시작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건조한지 40~50년이 넘은 화물선 한 척이 이베이 등 경매 사이트에서 70만유로(약 9억3100만원)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 해양전문지 로이드리스트의 경제에디터 데이비드 올센은 “파는 사람도 인도에 고철로 파는 것보다 많은 액수를 받게 된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블루스카이M호와 에자딘호도 모두 50년 가까이 지났다.
브로커들은 화물선을 산 가격보다 많은 돈을 이민자들로부터 받는다. 국제이주기구(IOM)는 2일 “브로커들은 1인당 1000~2000달러의 승선료를 받으며, 유령선 항해를 한 번 할 때마다 100만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시리아 내전 등 중동 분쟁이 멈추지 않아 유령선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조엘 밀먼 IOM 대변인은 “브로커들은 앞으로도 매일 난민 수천명이 몰려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유럽연합(EU)은 2일 “대규모 이민자 이송을 시작한 불법 브로커들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원국들이 난민 작전에 지원하기를 원치 않아 EU도 구조 작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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