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삼성을 일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에서 삼성그룹주가 출렁이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증시 시총 30위 안에 삼성그룹주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전기 등이 포진돼 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국내 증시 전체의 18.7%에 달한다. 시총 2위 기업의 비중이 3%를 겨우 넘는 정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독보적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 개인투자자들은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무너지지 않을’ 삼성전자 주식을 집중 사들였다. ‘동학개미 운동’의 주요한 키워드이기도 했다.

이 회장 별세 다음날인 10월 26일,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삼성 계열사는 삼성물산이었다. 삼성물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만4000원 오른 11만8000원에 이르렀다. 상승률은 13.46%였다. 이밖에 삼성생명도 2400원(3.80%) 오른 6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0년 1월 이건희 회장(가운데)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CES 2010)에 참석했을 때의 모습.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서 있다. /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조용… 장기 배당 확대에 주목

삼성을 대표하는 주력회사는 당연히 삼성전자이지만,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은 대부분 삼성의 지배구조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곳들이다. 삼성물산은 이 회장의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을 17.3%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을 20.8% 소유했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8.8%, 5.0%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을 19.3% 보유하면서 삼성전자를 간접적으로도 지배하고 하다.

결과적으로 삼성물산이 주력인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 주요 계열사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이 회장 사후 상속세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삼성의 지배구조 변화는 불가피해 보이지만, 증권가에서는 그때도 삼성물산의 중요도는 떨어지지 않으리라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17.3%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의 다양한 지배구조 개편 아이디어가 거론되고 있으나, 어떤 형태의 변화가 있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부분에 주목한 것은 금융기관 및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었다. 10월 26일 기관투자자들은 삼성물산 주식을 841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금융상품 및 연기금을 운용해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일거에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였다는 것은 삼성그룹 내 삼성물산의 중요성이 높다는 점을 방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물산은 26일 하루 상승폭이 컸기 때문인지 이후 사흘간 6500원이 하락하면서 조정기를 거쳤다.

정작 삼성전자 주가는 크게 오르지 않고 하락했다. 이 회장 별세 다음날인 10월 26일 삼성전자 주가는 겨우 200원(0.03%) 오르는 데(6만400원) 그쳤고, 사흘 연속 하락해 29일 5만8100원에 장을 마쳤다. 개인투자자들의 손바뀜이 심했다. 10월 26일 삼성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도(963억원)한 종목이었다. 그러나 27~28일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순매수(3543억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이 회장의 별세를 차익실현의 시기로 보고 팔았다가, 하락 기미를 보이자 다시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 잠정치가 12조2964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58.1%가 올랐다고 10월 8일 밝혔다. 발표를 기점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6만원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그러나 ‘어닝 서프라이즈’ 효과가 떨어지고 있었고, 29일 세부실적 발표 때는 “4분기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혀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전망은 밝다. 삼성 주요 계열사들의 배당액이 늘어나리란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 사후 삼성가(家)의 가장 큰 난제는 지배구조 개편과 상속세 부담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내야 할 상속세는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방법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등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에게 많은 배당액을 안기는 것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부정승계 의혹 사건 재판,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보험업법 개정 등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영향을 줄 이슈들이 많다”면서도 “삼성 입장에서는 주요 계열사의 배당 확대가 가장 현실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다. 삼성물산, 삼성SDS 주가는 단기에 강세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상속 절차가 마무리되면 삼성전자, 삼성생명의 주목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매 차익뿐 아니라 배당액까지 얻고 싶다면 투자자들은 우선주에 관심을 가질 법하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으나 배당률이 더 높은 주식이다. 삼성 그룹이 상속세 이슈 때문에 배당을 늘릴 것이라고 본다면 삼성 계열사의 저평가된 우선주가 매력적일 수 있다. 10월 26일 삼성물산 우선주(삼성물산우B)와 호텔신라 우선주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호텔신라는 이건희 회장의 딸 이부진씨가 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배와는 큰 관련이 없으나 일종의 ‘테마주’처럼 동반상승했다.

아무리 삼성이라도… 우선주는 위험

그러나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물량이 적다는 점 때문에 가격 변동폭이 크고, 그만큼 쉽게 올랐다가 빠르게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 삼성물산 우선주는 27일에도 7500원(6.07%) 상승했으나 28일에는 하루에 1만3500원(10.3%)이나 떨어졌다. 그러다 29일에는 7500원(6.38%) 오르는 등 요동이 심하다. 호텔신라는 27일에는 5.3%, 28일에는 8.2%가 떨어졌다가 29일에는 11.8%가 올랐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선주가 보통주에 비해 가격이 저평가돼 있다면 투자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우선주 가격이 보통주 이상으로 올랐을 때 그 가치를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다시 가격이 급락할 수도 있다”며 “실적이 좋은 기업이라도 우선주는 같은 기업의 보통주에 비해 물량이 적고 변동성이 커 투자하기는 위험하다. 논리적인 이유에 따라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