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비율 170% 미만 계좌 증가단기간 주가 급락 땐 ‘깡통’ 경고
증권사에서 빚을 내 투자한 뒤 투자자가 이를 갚지 못할 때 증권사가 임의로 주식을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최근 하루 200억원이 넘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외상’으로 주식을 사는 투자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로, 금융당국도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25일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 22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금액’은 20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6일 218억원을 기록한 이래 5거래일 연속 200억원 넘는 주식이 증권사에 의해 반대매매 처리됐다.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하루 반대매매 규모가 200억원을 넘지 않다가, 지난주 들어 증가폭이 확대됐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전체 증권사 신용공여 계좌 중 반대매매 가능성이 높은 ‘담보비율 170% 미만 계좌’의 비중이 지난 3월 43.9%에서 6월 25.2%로 떨어졌으나 9월 다시 29.2%로 늘었다고 밝혔다. 금액으로 따지면 신용공여 총 잔액 31조5000억원 중 9조원 수준이다.
증권사의 반대매매는 통상 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에 비례해 늘어난다. 투자자가 일부 예탁금만으로 투자한 뒤 증권사에 나머지 잔금을 치르지 못했거나, 투자자가 돈을 빌릴 때 담보로 건 주식의 가격이 떨어져 담보비율(신용공여 잔액 대비 담보자산 평가금액)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졌을 때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위해 자동으로 주식을 파는 것이다.
따라서 보통은 주가가 급락할 때 전체 반대매매도 늘어난다. 올해 반대매매 규모가 가장 컸던 지난달 23일(303억원)과 25일(286억원)의 경우에는 전날 국내 유가증권시장 지수 코스피가 2% 이상 하락했다.
그런데 지난주 코스피가 2300선에서 안정적 흐름을 보이는데도 하루 평균 200억원 이상의 반대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올해 들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빚투’가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의 반대매매 규모(243억원)는 올해 들어 여섯 번째로 컸는데, 전날과 당일 코스피는 각각 전거래일 대비 0.22%, 0.50% 상승했다.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반대매매를 통보한 후 보통 다음 거래일 하한가에 주식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한다. 반대매매가 늘어나면 전체 주가지수의 하락을 부추기고, 이는 투자자들의 급매를 부추겨 증시에도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대선을 앞두고 증시 변동성이 심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빚투’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금융기관 대출 등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하는 경우 주가 하락 시 손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며 “단기간에 주가가 급락하면 대규모 반대매매로 ‘깡통계좌’가 될 수 있으니 투자자는 신용거래 시 담보유지비율과 이자비용 등을 감안해 투자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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