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WP “깨끗한 물 없어 간염 유행… 주장하던 무슬림국가와 딴판”
ㆍ흡연자 감금·신성모독 사형 등 엄격한 법에 조직원 전선 이탈도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지난 6월 코란 속 이상향을 실현하겠다며 최고지도자 칼리프가 통치하는 ‘이슬람국가’ 수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실제 IS가 점령한 지역은 국가라고 보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5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라크·시리아 내 IS 점령지역 주민과 언론인들의 증언을 인용해 “IS가 주장하는 무슬림국가와 실제 점령지의 모습은 모순된다”고 전했다.
IS의 근거지이자 수도인 라카의 한 주민은 “물과 전기가 하루에 길어야 3~4시간 정도 공급되며, 쓰레기는 수거되지 않고 있다”며 “쓰레기 더미에서 팔 만한 물건들을 찾는 사람들도 들끓는다”고 말했다. 모술도 사정은 비슷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자는 “물을 소독할 염소가 없어서 깨끗한 물을 마실 수가 없다”며 “이곳에는 간염이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IS 조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도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미국 등 연합군의 공습으로 IS의 이라크·시리아 점령 속도가 늦어졌고, 이에 지도부에 대한 반발이 일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라카에서는 최전선에서 도망친 IS 조직원들을 검거하는 자체 경찰이 조직된 것으로 알려졌다. IS가 정한 엄격한 법 조항에 주민들이 불만을 품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IS 점령지에서 흡연자는 3일 동안 감금되며, 신성모독·절도죄로 적발된 자는 공개 처형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라크 점령지역 내 여대생들에 복장 규정이 내려졌으며, 학교 교육은 거의 IS가 치르는 전쟁에 관한 내용으로 바뀌었다고 지난 13일 보도했다.
이슬람국가와 조직원들의 생활은 온라인 선전 영상을 통해 수차례 긍정적인 면 일색으로 묘사됐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당국자는 “그들에게 도시를 운영할 만한 전문 인력과 자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IS의 공공 서비스는 여전히 이라크 정부 소속의 의사, 간호사, 교사나 구호 단체에 의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의 한 활동가는 “IS는 스스로를 통제하기에 몸집이 너무 커졌다”고 평가했다. 미군이 유전을 공격해 IS의 수입이 줄어든 것도 주민들의 생활 수준에 악영향을 미쳤다.
점령지 주민들은 대안이 없어 단념하고 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나 이라크 시아파 정권보다 IS가 낫다는 인식 때문이다. 라카 지역의 참상을 고발하는 한 단체의 활동가는 “주민들은 IS에 지쳐 있고 그들을 제거하고 싶어하지만, 힘이 없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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