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지도자 모세의 이집트 탈출을 그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이하 엑소더스)가 중동·북아프리카 아랍 국가에서 연이어 ‘퇴짜’를 맞고 있다. 영화가 역사적 사실과 달리 유대인들의 시각으로 묘사됐다는 이유로 상영 금지 결정이 잇달아 나왔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영화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모로코였다. 모로코 정부는 27일 전국 상영관에 <엑소더스> 상영 금지령을 내렸다. 영화 속에서 모세에게 계시를 하는 신이 ‘어린이’로 묘사된 부분을 문제삼은 것이다. 영화관 관계자들은 “금요일 밤까지는 영화를 상영했지만, 정부가 상영을 멈추지 않으면 영화관 영업을 금지시키겠다고 연락했다”고 말했다.
이집트 문화부도 지난 28일 <엑소더스>의 상영을 금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문화부는 “영화가 고의적으로 이집트의 고대사를 왜곡했다”며 “고대 이집트인들이 유대인들을 학살하는 야만인으로 그려졌다. 전세계 시온주의자들의 흔적이 영화에 남아있다”고 밝혔다. 고고학자들도 영화 내용 고증에 참여했으며 “이집트 역사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상영 금지 대열에 합류했다고 걸프뉴스가 27일 전했다. UAE 국가미디어위원회 주마 오베이드 알 림 위원장은 “영화를 검토했을 때 이슬람뿐 아니라 다른 종교에 대해 많은 점들이 잘못 표현됐음을 발견했다”며 국내 영화 개봉을 금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상영금지 결정을 내린 국가들은 모두 <엑소더스>가 유대인의 시각을 반영했음을 지적했다. 영화 속 유대인들은 모두 평화적이며, 이집트인들의 핍박을 받는 것으로 표현된다. 유대인들의 지도자 모세가 기독교에서는 ‘민족을 핍박에서 구해낸 영웅’이자 선지자이지만, 이슬람교에서는 중요한 인물로 묘사되지 않는다.
비슷한 이유로 기독교 성경의 주요 인물들을 다룬 영화들은 아랍 국가에서 상영되지 않았다. 이집트에서는 올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노아-40일간의 기적>에도 상영금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일부 영화관 측에서는 “국가의 상영금지 조치는 지나치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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