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2014년 또 1만여㏊ 전용 …이대로는 자급목표 32%도 힘들어
ㆍ입법조사처 “전용되면 회복 어려워…‘농지 총량 규정’ 마련을”
쌀 수요 감소와 가격하락, 농업인구 감소 등으로 경지가 줄어들고 있고, 정부도 쌀 수급 안정 등을 이유로 경지면적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농지감소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곡물자급률 목표치 달성이 어려운 만큼 적절한 제동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3일 ‘경지면적과 농지전용 현황 및 과제’ 보고서에서 “농지는 식량자급력 향상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므로 지속적인 경지면적 감소는 식량자급력 향상에 장애요인”이라며 “최근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농지 전용 규제완화가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통계청의 경지면적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전국 경지면적은 167만9000㏊로 조사 이래 최저치였다. 최근 10년간 경지면적은 조사방식을 변경했던 2012년을 제외하고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경지면적의 감소는 농지의 용도를 전환하는 농지전용이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4년 전용된 경지면적은 1만718㏊로 전년에 비해 줄어든 경지면적 2만1000㏊의 절반 수준이다. 약 2만4666㏊가 전용됐던 2007년에 비해서는 적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0년까지 연간 1만㏊ 규모의 농지전용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정부가 잡은 2020년 곡물자급률 목표치 32%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75만㏊ 규모의 농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현재로서는 이를 달성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경지면적 축소는 최근 몇 년 새 농촌경제 활성화 대책의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정부는 쌀 재배를 줄이고 다른 작물을 심는 한편 농업진흥지역을 해제·완화해 사용하지 않는 소규모 농지에 주택, 소매점, 전시장을 짓는 방안을 ‘2016년 경제정책운용방안’에 포함시켰다.
쌀 수요가 줄어 생산 및 공급을 줄이고 가격을 안정화할 필요성이 크다는 정부 논리가 득세하면서 곡물자급 등 식량안보 논리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해제한 농업진흥지역에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을 짓겠다”고 한 것은 정부당국의 이런 인식을 드러낸다. 농식품부에서는 식량 안보에 대한 중요성 없이 농지를 개발수단 정도로만 생각한다는 소리도 나왔다. 기후변동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식량위기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묻혀가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일본의 농업진흥지역에 해당하는 농용지구역에서는 농지전용이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한번 전용된 농지를 다시 농지로 복원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농지전용에 따른 개발이익 환수는 강화하고 환수금은 농지보전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식량안전보장, 통일농업 등에 대비해 국가가 보전해야 할 농지총량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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