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

“시장에서는 나를 성공한 경제학자라고 하는데, 학계 동료들은 나를 사회학자라고 부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말판인 지난달 30일자 ‘FT와의 점심’ 인터뷰난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50·사진)와의 대담을 게재했다. 이 난은 매주 무함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 ‘유니클로’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 등 경제계 유명인사들의 인터뷰를 실어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장 교수의 최근작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32개 언어로 총 65만부 팔렸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장 교수는 “나는 수학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나를 경제학자로 보지 않는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경제학자가 모두 수학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지배적 관점과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라틴어를 모르면 성경을 읽을 수 없었던 것처럼, 수학과 통계학을 모르면 경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장 교수는 “숫자를 다루는 경제학자도 물론 필요하지만, 공장에 찾아가 설문하는 경제학자, 정치 상황 변화를 탐구하는 경제학자도 필요하다”고 했다.

경제학계의 ‘이단아’로 불려온 장 교수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모든 인간은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경제학의 기본 전제에 물음표를 달았다. “우리가 정말 합리적 선택을 한다고 가정해도, 결국 합리적이지 않은 결과를 받곤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장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성장을 예로 들며 “자유 경쟁 시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주장을 강조했다. 한국은 철광석이 거의 나지 않는데도 국가 차원에서 철강산업을 키웠고, 일본은 미국 생산력의 550분의 1 수준의 저조한 생산력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산업 육성에 집중했다. 장 교수는 “자유 경쟁이 아닌 국가의 산업 보호가 궁극적으로 가난을 벗어나게 할 경제성장을 가능케 했다”며 “산업 보호란, 책에도 썼던 것처럼 자녀에게 당장 구두닦이나 껌팔이를 시키기보다 미래를 위해 교육을 받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미국 대신 영국에서 공부를 한 것은, 영국 작가 코난 도일과 애거사 크리스티가 좋기 때문”이라는 농담을 덧붙인 장 교수는 “시장이 완벽하다는 관점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온 많은 사람들에게 해독제가 필요하다”며 “내 의견이 절대적인 진리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