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세계 유일 흑인 오케스트라 디앙기엔다 ‘아르코 음악제’ 지휘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르·DR콩고)의 킴방구스테 심포니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흑인들로만 구성된’ 오케스트라이자, 이 나라의 유일한 오케스트라다. 이 악단을 이끄는 이는 설립자 겸 상임지휘자인 아르망 디앙기엔다(49)다.

디앙기엔다는 전문적인 음악가는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지만 오케스트라에 평생을 바칠 줄 몰랐다”는 그는 1992년까지 민항기를 조종하는 파일럿이었다. 37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난 뒤 직장을 떠났고, 그 뒤 음악에 눈을 돌렸다. 목사였던 그의 아버지는 “사랑과 존중이라는 가치를 음악으로 나누면서 살라”고 늘 말했고, 그 역시 교회에서 자라면서 늘 음악에 둘러싸여 어린 시절을 보냈다.

콩고민주공화국 지휘자 아르망 디앙기엔다가 11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인터뷰 도중 흐르는 음악에 맞춰 지휘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1994년 단원 12명을 모아 바이올린 5대로 악단을 꾸렸다. 악단의 이름은 할아버지이자 DR콩고 기독교회 설립자인 킴방구의 이름에서 따왔다. 디앙기엔다는 “우리가 가진 것은 음악에 대한 열정뿐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린다. 악단의 사정은 몹시 열악했다. 정식 음악 교육은커녕 악기도 제대로 갖출 수가 없었다. 악기를 뜯어 합판으로 똑같이 만들어 연주를 했다. 단원들은 연주만으로 생활비를 마련할 수 없어 오전엔 이발사, 목수, 전기기사로 일하면서 공연을 했다.

열악한 환경만큼이나 오케스트라를 괴롭혔던 건 정치적 혼란이었다. 30여년간 철권독재를 하며 엄청난 재산을 빼돌린 독재자 모부투 세세 세코가 1997년 내쫓긴 뒤 내전이 일어났다. “교통수단이 없이 걸어서 연습하러 와야 하는 단원들이 미사일 공격에 다칠까봐 내전이 심해질 때에는 연습을 멈춰야 했다.” 디앙기엔다 자신도 내전의 소용돌이를 피해 갈 수 없었다. 군인들이 찾아와 그와 가족들에게 AK-47 소총을 겨눈 적도 있다.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 주변에서 총격전이 일어났다는 얘기에, 구출하듯 차를 몰고 학교에 찾아간 일도 기억 속에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 시간을 버텨내고 오케스트라는 계속 성장했다. DR콩고 사람들에게 킴방구스테 심포니는 단순한 오케스트라가 아니다. 이제 200여명의 단원을 둔 교향악단으로 성장한 킴방구스테는 그곳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상징이다. 오케스트라를 거쳐간 아이들이 자라 의사, 교수, 간호사가 되기도 했다. “그 아이들은 주변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줬고, 그 모습을 본 부모들이 자녀를 오케스트라에 가입시키려 찾아오기도 했다”고 디앙기엔다는 말했다.

디앙기엔다와 킴방구스테는 2010년 독일 다큐멘터리 영화 <킨샤사 심포니>를 통해 세계에 알려졌다. 영화는 그해 베를린 영화제 특별 부문에 상영됐다. 디앙기엔다는 지난 5월 영국 로열필하모닉 소사이어티의 명예회원이 되기도 했다. 앞으로 DR콩고에 아이들을 위한 전문 음악학교를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디앙기엔다는 외교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13일 ‘제5회 아르코 창작음악제’의 지휘를 맡아, DR콩고 최초의 창작 클래식인 ‘타타 킴방구’와 한국 작곡가들의 창작 관현악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11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분쟁지역’으로 남아 있는 한국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몸에 밴 한국이 분단국가로 남을 이유가 없다”며 “한반도가 하나가 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