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경기 부양 새 정책 부상

ㆍ“유로화 강세가 이어지면 추가 통화완화 정책 필요”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꺼낼까. 유럽중앙은행이 유로화 강세를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보다 낮은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릴 수 있다고 13일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 뒤 “유로화 강세가 이어지면 통화완화 정책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미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로 유지되던 레피금리(유럽중앙은행 기준금리)를 더 내려 마이너스 금리로 갈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가면 예금자는 이자를 받는 대신 금융기관에 금리만큼 ‘보관료’를 지불하게 된다. 예금을 줄이고 소비를 활성화해 경기를 띄우려 할 때 쓰는 정책이다. 대출을 할 때는 금리만큼의 상환부담이 줄어든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던 2003년 1월 일본에서도 금융기관들이 단기자금을 융통하는 콜시장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된 바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의 물가상승률은 꾸준히 낮아져, 지난달 0.5%까지 떨어졌다. 반면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지난 1년새 6% 올라갔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중단)이 시작됐음에도 유로화는 여전히 상승세다. 유럽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까지 검토하는 것은, 유로존 국가들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워낙 심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낮아지는 등 경제회복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에 들어섰지만 유럽은 아직 훈풍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미 초저금리인 금리를 더 낮추려 하는 데에는 유로화 강세를 완화시켜 유로존 국가들의 수출을 늘리려는 목적도 있다. 환율·금리 전망에 대해 말을 아끼는 드라기 총재가 이례적으로 정책 변화를 언급한 점이 주목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경기 부양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으리란 예상도 있다. 금융기관의 예금액이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예금자들이 돈을 쓰는 대신 현금으로 쌓아둘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2009년 스웨덴이, 2012년 덴마크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거나 아직 결론내리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