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가 우주공간까지 미치게 될까.

러시아의 항공·우주·국방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드미트리 로고진 부총리가 13일 “러시아가 국제우주정거장(ISS) 공동 운영을 그만 둘 수 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투데이 등이 보도했다. 로고진은 “우리는 ISS가 2020년까지만 필요할 것이라 보고 있다”며 “우주정거장 운영의 비용-편익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러시아 연방우주청에 ISS 운영에 2024년까지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로고진은 “러시아는 이러한 미국의 요청에 동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로고진은 미국 군사 위성을 쏘아올리는 데 필요한 러시아 로켓엔진 RD-180과 K-33의 미국 공급을 끊겠다고도 했다. NASA는 2020년에야 미국이 자체적으로 로켓엔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ntl‘ Space Station) _위키피디아



로고진은 이날 러시아제 글로벌항법위성시스템(GLONASS)관측소의 미국 내 설치를 막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러시아 영토 내에 미국 위성항법시스템(GPS)관측소 11개소를 설치했다. 로고진은 “이는 두 나라가 지난 1993년과 2001년에 맺었던 협정에 근거한 것이다”며 “러시아의 GLONASS 관측소 설치를 미국이 허가하지 않는다면 6월부터는 러시아내 미국 GPS관측소 가동을 막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러시아의 지상 항법시스템 설치를 막자, 러시아가 미국의 우주 탐사 활동 폭을 제한한 것이다. 그러나 로고진이 언급한 내용들이 현실화된다면, 우주에서는 러시아보다는 미국이 더 불리하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가 ISS를 공동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은 러시아에 비해 제약이 많다. 러시아가 관리하는 우주정거장 부분은 러시아가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반면, 미국이 관리하는 부분은 러시아의 허락 없이는 구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가장 먼저 달에 보냈고 수많은 유인우주선을 쏘아올렸지만, 미국은 2011년 이후 예산 문제로 우주왕복선 발사를 멈췄다. 반면 러시아는 최근 우주 산업에서 괄목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과 협력할 수 있어 미국보다는 유리하다. 결국 러시아가 항공우주산업 분야에서의 우위를 앞세워 미국에 압력을 넣기 시작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전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