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때, 런던에 살던 나는 가족들과 함께 파키스탄에 갔다. 나는 2주 동안 가족 휴가를 간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파키스탄에 도착한 뒤, 가족들은 내게 돌아오지 말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무슬림 여성이 BBC방송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생전 본적도 없는 남자와 그렇게 파키스탄에서 결혼했다.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가족들의 대답은 ‘No’였다. 이후 이 여성은 “결혼 후 성적, 언어적, 육체적 폭력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인권침해는 다 당했다”며 “나는 결혼한 뒤 노예처럼 살았다”고 증언했다.

유럽에 사는 무슬림 여성들은 종종 이런 강제 결혼에 노출돼있다. 가족들은 딸이 서구화된 문명에 노출되면 안된다는 이유로 이슬람 국가로 강제 시집을 보내고 있다. 여성들은 자기 삶을 선택할 권리도 뺏길뿐 아니라, 남성 중심적 문화 아래 벌어지는 차별과 인권침해도 겪는다. 특히 영국은 이 문제가 더 심각하다. 과거 식민지이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영국에서 강제 결혼 피해사례가 1302건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피해자들 가운데 82%는 여성이었다. 15세 미만 피해자의 비중도 15%에 이르렀다.


영국이 16일부터 강제 결혼 금지법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 BBC캡처 (http://www.bbc.com/news/uk-27830815)



영국이 이 같은 강제 결혼을 법적으로 막기로 했다. BBC방송은 16일부터 영국 잉글랜드·웨일즈 지역에 강제결혼 금지법이 적용된다고 보도했다. 그 동안은 영국에선 피해자 방지에만 초점이 맞춰졌지만, 새로 적용되는 법에 따르면 강제 결혼을 종용한 사람은 최대 7년형에 처하게 된다. 강제 결혼이 해외에서 이뤄져도 피해자가 영국인이면 이 법의 보호를 받는다.

영국에서는 새로운 법을 환영하는 목소리들이 줄을 이었다. 강제 결혼 피해자 보호 재단 프리덤채리티 설립자 아니타 프렘은 이 법에 대해 “인권을 침해한 강제 결혼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영국 경찰서장협회의 맥 크리스티도 “중요한 것은 이 법이 사상 처음 강제 결혼의 법적 정의를 만들었다는 점이다”고 했다. 영국 내무부는 “육체적·물리적·감정적인 억압을 받으며 상대방과의 동의없이 이뤄진 결혼은 모두 강제 결혼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이 강제 결혼 피해자들을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코틀랜드에는 이미 2010년부터 새 법과 유사한 강제결혼 보호령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피의자 기소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법안 초안 작성에 참여한 로햄튼대 아이샤 길 박사는 “가해자들이 대부분 가족이라 피해자들이 쉽게 기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앞으로 기소한 피해자들을 보호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BBC방송에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