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책임지는 사람 없고…역사에 남을 도덕적 해이”
ㆍ‘4대강’ 빚 탕감 5조 재정 투입

정부가 수자원공사의 4대강 빚을 갚기 위해 재정으로 5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정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는 빚보증을 섰고, 공공기관은 그렇게 마련한 돈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돈잔치와 훈·포장 잔치까지 벌였다. 

당시 책임자는 자리를 떠났고 막대한 빚은 결국 국민들에게 떠넘겨졌다. 이 빚은 향후 15년간 다음 정부와 국민이 갚아야 할 짐이 됐다. 내년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가 40%가 넘는 재정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가 수공의 빚 대납을 결정한 것은 또 다른 특혜를 준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공으로서는 애초부터 갚을 수 없는 빚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재정에서 14조원을 썼고 8조원은 수공에 떠넘겼다. 수공은 채권을 발행해 공사비를 마련해야 했다. 2008년 1조9623억원에 불과하던 수공의 빚은 2010년 8조원을 넘어섰고, 2014년에는 14조원에 달했다. 수공의 부채 비율은 2008년 20.0%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13.4%까지 치솟았다. 

4대강 사업으로 수공의 경영은 곪아갔지만 직원들은 파티를 벌였다. 수공은 4대강 사업에 참여하기로 시작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내리 A를 받았다.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기획재정부가 4대강 빚을 경영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던 것이다.

4대강 사업 참여를 진두지휘했던 ‘MB맨’ 김건호 전 사장은 4년간 5억5276만원의 성과급을 받아갔다. 직원들도 경영성과급으로 이 기간 1인당 5298만원을 받았다. 훈·포장을 받은 사람은 99명에 달했다. 국토해양부 공무원(84명)보다 많은 것이다.

2009년 당시 정부는 “원금은 수공의 개발수익으로 환수하고 부족분만 지원할 것”이라며 국민 부담은 거의 없을 것처럼 공언했다. 하지만 정부가 기대했던 4대강 개발사업의 수익은 없었다. 수공의 연간 영업이익은 3000억원에 불과했고, 그것으로는 빚을 갚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수공은 지난해부터 ‘약속대로’ 정부가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정부는 슬그머니 원금 지원 방안을 꺼냈다가 여론의 질타에 백지화했다. 하지만 1년 뒤 원금 기준 30%, 원리금 기준 49%의 빚을 향후 15년에 걸쳐 국고로 갚아주는 안을 다시 꺼냈다. 수공이 국민 혈세를 수혈받으려면 최소한 당시 책임자의 사과와 임직원의 임금 삭감·성과급 반납 등 고통분담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은 “국민들이 반대하는 사업에 국민의 돈을 펑펑 쓰고는 직원들에게 잘했다고 성과급과 훈·포장을 챙겨주면서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역사에 길이 남을 ‘도덕적 해이’”라며 “국가재정을 ‘눈먼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태”라고 말했다.

<박병률·윤승민 기자 mypark@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