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전체 원리금의 절반 해당 내년부터 16년간 예산 반영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한국수자원공사가 진 8조원 부채 원금의 30%에 달하는 2조4000억원을 세금으로 메우기로 했다(경향신문 2014년 6월30일자 1·6면 보도). 이자비용을 합한 원리금으로 보면 향후 재정으로 지원해야 하는 돈은 전체(10조9000억원) 49%인 5조3000억원에 달한다. 녹조 등 환경재앙을 유발한 4대강 사업 뒤처리 비용을 국민이 떠안게 된 것이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미경·김상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수자원공사 4대강 부채 지원 방안’을 보면,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부채 원금 8조원 중 5조6000억원을 수공이, 2조4000억원을 국토부가 부담하는 방안을 세웠다. 수공은 5조6000억원을 올해부터 2036년까지 22년에 걸쳐, 국토부는 2조4000억원을 2016년부터 2031년까지 16년에 걸쳐 부담키로 했다. 또 국토부는 이 기간 수공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 2조9000억원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국토부가 세금으로 부담하는 비용은 5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미 국토부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수공 빚에 대한 이자 1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이 비용을 합치면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최종 비용은 6조9000억원까지 불어난다.
국토부는 이 같은 방안을 이달 말 열리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당장 내년부터 부채 원금 390억원과 이자비용 지원금 3010억원을 투입하기로 하고 이를 2016년도 예산안에 포함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9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사업 부채 이자비용은 국고로 전액 지원하고, 원금은 수자원공사의 개발수익으로 회수하되 부족분은 재무상태를 감안해 구체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도 2015년도 예산안에 4대강 부채 원금 지원 비용 800억원을 추가하려고 했으나, 정부와 공공기관이 벌인 사업 부담을 국민들에게 떠안긴다는 비판이 일자 철회했다. 하지만 ‘조삼모사’ 격으로 부채 원금 일부를 재정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다시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4대강 사업 책임자들에게 부채 발생 책임은 묻지도 않고 국민 세금으로 사업을 수습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부 서명교 수자원정책국장은 “수공의 부채 원금을 조기에 상환하지 않으면 3000억원의 이자비용이 매년 발생해 원금을 갚는 게 불가피하다”며 “당시 수공 이사들과 이 전 대통령 등의 책임은 행정부에서 물을 수 없고,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김상희 의원은 “4대강 사업 책임자들에 대한 법적, 행정적 책임도 묻지 않고 다시 국민혈세를 투입해서는 안된다”며 “이 전 대통령과 정종환·권도엽 전 국토부 장관, 김건호 전 수공 사장 등 핵심 추진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과 대국민사과, 구상권 청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병률·윤승민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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