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민간건설사에 택지 31개 매각하면서 분양가 상승만 ‘부채질’
ㆍ공공임대 확대 ‘헛구호’…LH “전 정부의 무리한 사업승인 탓”

2010년 11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기 화성동탄2지구 A-42블록에 공공분양주택 1487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을 승인받았다. 이후 LH가 공고한 이 지구의 84㎡ 아파트 분양가는 2억8000만원이었다. 그러나 민간 건설사가 사들여 개발한다면 분양가가 4억2500만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계됐다. 서민·저소득층과 중산층 무주택자는 마련할 수 없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LH는 전국 31개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할 계획을 세웠다. 

참여연대와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은 10일 “LH가 공공주택 부지를 민간에 매각하면 서민 내집 마련 기회가 줄고 주거비 부담이 증가된다”며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 목표를 지키지 못했는데도 민간 건설사에 택지를 매각하도록 둔다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한 해에 공공임대주택을 11만가구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의 임대주택통계를 분석한 참여연대의 자료를 보면 2013년 한 해 동안 실제로 늘어난 공공임대주택은 5만2795가구에 그쳤다. 같은 기간 매입임대주택은 8192가구, 전세임대주택은 783가구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입·전세 임대주택을 한 해 동안 4만가구 늘리겠다는 목표에 턱없이 모자란다. 국토부는 지난 2일 ‘9·2 주거안정 대책’에서 2016년 매입·전세 임대주택을 4만5000가구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임대인들이 복잡한 절차를 이유로 참여하는 것을 기피해 목표치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LH의 부채 문제를 지적하며 되레 공공택지 매각을 유도했다.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2만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언하면서도 LH가 보유한 공공택지는 줄인 것이다. 김 의원은 “현 정부가 임기 절반 동안 공급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이 13만여가구임을 감안하면 연 12만가구 공급 목표를 이루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건설사 등 기업의 참여를 늘려왔다. 임대주택 공급 역할도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등을 통해 기업에 위탁했다. 또 대기업들이 임대주택 사업을 분양주택으로 손쉽게 전환할 수 있게 돼 특혜 논란도 일었다. 공공주택 부지 매입도 건설사들에는 혜택이나 다름없다. 이미 조성된 택지를 손쉽게 매입할 수 있어 빠르게 주택을 지을 수 있고, 높은 가격으로 분양하거나 임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서민들은 저렴한 가격에 집을 구할 기회를 잃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뉴스테이의 경우 임대료가 서민들이 입주하기에는 저렴하지 않다. 뉴스테이는 8년간의 임대 기간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LH의 공공택지 매각으로 임대 기간이 30년인 국민임대주택은 2년간 1만600가구, 영구임대주택은 700가구가 공급 계획에서 사라졌다. 

LH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 숫자가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며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약 2~3년의 시차를 거치면 공급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LH 관계자는 “미착공 택지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난해 감사원과 국정감사 지적에 따라 매각을 계획하게 됐다”며 “공공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려면 정부의 재정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