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달라진 업무방식·과제

“1급 공무원은 일주일 중 1일만 세종에 머물러서 1급이다. 2급은 2일, 3급은 3일, 4급은 4일 머문다.”

정부세종청사에서는 이런 웃지 못할 농담이 통한다. 고위직 공무원일수록 국회에 정책을 보고하고 의견을 조율할 일이 많아 서울을 자주 찾고 세종을 비우는 상황을 나타낸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떨어져 있는 탓에 이런 진풍경은 일상이 됐다. 서울과의 물리적 거리 때문에 생기는 피로감과 괴리감도 만만치 않다. ‘국회를 세종으로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허투루 들리지만은 않는다.


정부세종청사 시대 3년이 지났지만 고위관료들이 여전히 서울에서 주요 업무를 보면서 정책 결정의 비효율성은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8일 세종시의 공무원들이 세종청사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이석우 기자


■서울역 회의, 여의도 합숙

서울역에는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회의실이 있다. KTX를 놓칠 수 없는 공무원들이 자투리 시간에 일할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예산심사 기간이던 올 하반기 여의도의 한 호텔은 합숙소가 됐다. 국회와의 예산 협의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짧지 않은 이동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다.

2시간 정도 걸리는 세종청사~서울 이동시간 때문에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업무지시도 늘었다. e메일 및 문서 확인은 PC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대신한다. “모바일 메신저의 취약한 보안 때문에 업무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출장 중인 공무원들이 업무를 볼 수 있는 ‘스마트워크센터’도 서울에 8곳, 경기도에 5곳이나 생겼다.

고위 공무원들이 서울에 주로 머무는 탓에 국장급이 보고를, 과장급이 실무를 챙기게 됐다. 대신 사무관 이하 직원들은 세종청사에서 업무를 보는 관행이 정착됐다. 기획재정부의 한 국장은 “보고체계가 전체적으로 높아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업무 비효율도 여전하다. 한 사무관은 “서울에서 일을 마치고 퇴근하려는데 간단한 대면보고를 당일 세종청사에서 하라는 통보를 받고 당황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출장을 악용하는 경우도 생겼다. 올초 기재부의 한 과장은 서울 출장을 이유로 자리를 비운 채 연락을 받지 않다가 ‘사라진 김 과장’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공무원들, ‘고립’될라

2013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시작으로 국책연구기관들도 대거 세종으로 옮겼다. 연구기관들은 관계부처와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점을 세종 이전의 장점으로 꼽는다. 지난해 12월 이전한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경기 일산에 있을 때는 과천에 있던 국토교통부와 의사소통하는 데 제약이 있었지만 지금은 10분 거리라 의견 조율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과의 교류는 더 어려워졌다. 서울에서 주로 상주하는 전문가들을 세종으로 초청하기가 쉽지 않다. 회의나 세미나를 주최할 장소도 마땅치 않고 변변한 숙박시설도 없어 전문가들은 “세종이라 가기 어렵다”며 퇴짜를 놓기 일쑤다. 전문가들과의 교류 단절은 정부 부처의 고민이다. 사무관 등 젊은 공무원들이 전문가들을 수시로 만나 배울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관가의 아쉬움이다. 국토부의 한 과장은 “서울의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기 어려워 고립감을 느끼곤 한다”며 “사람을 만나지 않는 문화가 굳어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국회도 세종으로?

수도권과 세종의 교류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묘안들이 나온다. 지난달 발표된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 계획도 그중 하나다. 서울과 세종을 잇는 총길이 119㎞의 고속도로가 2025년 완공되면 주말 기준 2시간이던 이동시간이 1시간10분대로 줄게 된다. 한때 KTX 세종역을 건설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서울을 오가기 위해 들러야 하는 오송역은 세종청사에서 약 18㎞ 떨어진 데다 밤시간이 되면 교통편도 흔치 않다. 다만 오송역 역세권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현실화는 쉽지 않다.

국회를 세종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은 지난 10월 “세종에서 상임위원회 개최가 가능하도록 국회 분원을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상임위 회의만이라도 세종에서 개최하면 공무원들의 이동시간이 그만큼 줄어들어 비효율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상임위 이전을 건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윤승민·박병률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