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들이 9일 런던 대영박물관에서 미라 ‘타무트’를 바라보며 서 있다. 런던_AP연합뉴스
수천년전에 만들어진 미라가 갖고 있는 비밀을 최신 과학 기술로 캐낼 수 있게 될까. 영국 대영박물관이 최신 과학 기술을 이용해 미라가 담고 있는 정보들을 파악해내고 있다고 AP통신이 9일 보도했다.
박물관에서 과학자들은 컴퓨터 단층촬영(CT)과 자동차 디자인에 쓰이는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붕대에 싸인 미라를 촬영하고 분석했다. 미라의 피부뿐 아니라 뼈와 신체내부, 피부조직과 신체 구석구석까지도 촬영할 수 있었다. 대영박물관은 1960년대부터 엑스레이를 이용해 미라를 분석해 왔지만, CT촬영으로 이보다 더 정교하게 미라의 내부를 볼 수 있게 됐다. 미라들의 CT촬영은 마치 사람처럼 런던에 있는 병원에서 이뤄졌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생물고고학자인 대니얼 앤토니는 “미라가 아닌 인간을 분석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는 것이 목표”라고 AP통신에 말했다.
대영박물관은 미라 8구를 분석했다. 미라의 주인공들은 이집트나 수단에서 기원전 3500년에서 서기 700년 사이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분석 대상이 된 미라들중 한 구의 분석 결과가 이날 박물관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공개된 미라의 이름은 타무트였으며, 기원전 900년쯤에 사원에서 가수로 활동하다가 30~40대의 나이에 동맥경화로 숨졌다고 대영박물관은 전했다. 새와 신이 그려진 화려한 관 속에 누운 타무트가 기름진 음식을 즐기고,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음도 밝혀냈다고 박물관은 덧붙였다. 박물관에 전시된 타무트는 관이 열리지 않은채 분석이 이뤄졌다.
미라의 정보뿐 아니라 미라를 만드는 방법도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를 제작하는 방식은 대단히 정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미라의 두개골에 ‘뇌 제거 도구’가 발견되면서 미라 제조법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시신을 미라로 만들 때, 시신의 콧구멍에 막대기를 넣은 뒤 뇌를 파내어 제거했다. 두개골에서 발견된 실수는 미라 제작 과정에서 생긴 실수로 보인다. 대영박물관의 미라 전문가 존 테일러는 “미라 제작에 사용되는 도구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 이 발견은 사실상 미라 제조법이 ‘누설’된 것과 같다”고 말했다. 테일러는 또한 “기술이 발전하면 미라 안에 있는 상형문자까지도 읽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영박물관은 다음달까지 미라 8구를 같은 방식으로 분석하기로 했다. 또한 다음달에 전시회를 열고 미라들을 분석한 결과와 붕대 속 미라의 모습을 찍은 3차원 이미지를 함께 공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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