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김상희 의원·참여연대 분석
ㆍ‘부채 해결’ 이유 2만5천가구 규모 매각 계획 드러나
ㆍ‘공공성’ 내세워 수용한 토지로 기업에 ‘1조원’ 특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채 감축을 이유로 서민용 임대주택 등 공공주택 약 2만5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공공주택 택지를 민간에 매각할 계획을 정부 협의하에 세운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사가 개발할 경우 1조원 안팎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을 줄여 대기업 건설사들에 특혜를 주는 셈이다. | 관련기사 18면

10일 참여연대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말 착공이 결정되지 않은 공공주택 택지 31개 블록을 민간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예정 택지의 가구수를 합하면 2만4794가구에 이른다. 지난해 LH가 매각한 공공택지는 장기임대주택 7507가구를 지을 수 있는 규모였다. 2년 새 공공장기임대주택 1만3611가구의 공급이 취소되거나 취소될 예정인 것이다.

매각 대상에는 주택난이 심각한 수도권에서 1만6939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택지 12개 블록도 포함됐다. 이 중 5개 블록을 민간 건설사들이 개발했을 때 거둘 수 있는 이익을 인근 아파트 단지의 분양가 등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504억원에 달했다. 31개 블록 전체로는 1조원가량의 개발이익을 민간 건설사들이 낼 것으로 추정된다. 김상희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LH에 이 같은 내용의 ‘미착공 공공주택 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LH는 2017년까지 총 5만여가구 규모의 공공택지를 매각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LH는 서민·저소득층에 공공주택을 분양하겠다는 목적으로 기존 농민이나 거주자의 반발을 무릅쓰고 공공택지를 사실상 강제 수용해왔다. 그런데 ‘공공성’을 내세워 확보한 공공택지를 부채를 해소한다는 이유로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서민들에게 저렴한 공공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기는커녕 건설사들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LH의 부채 문제를 과도하게 강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공공임대주택은 초기 사업 투자비가 크지만 장기간에 걸쳐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며 “부채 감축 자체가 LH 사업의 목적이 될 경우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주거안정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또 한번 확인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LH 관계자는 “전 정부에서 공공주택을 늘리려고 무리하게 사업승인을 받다보니 착공 안된 물량이 많아 이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 매각을 계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