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프랑스 석학 기 소르망, 박애주의 기부 활성화 특강
“박애주의적 기부를 활성화시키려면 기부 문화가 바뀌어야 합니다.” 프랑스의 석학이자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70)이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초청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소르망은 “질병·노령화·사회 부적응 등으로 소외받는 사람들이 ‘사회적 사막’에 모여 있다”며 “복지국가의 한계가 점차 드러나고 있어, 이들을 돕기 위해 박애주의적 기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해 선진국 반열에 올랐음에도 한국의 기부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저조한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소르망은 기부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안들을 내놨다. “사람들에게는 기부를 하고픈 욕구가 있다”고 말한 소르망은 “기부한 금액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수 있도록 비영리단체의 기부 사용 내역이 투명해져야 한다”고 했다. 소르망은 네이버가 운영하는 온라인 기부포털 해피빈을 예로 들며 “인터넷상의 개인 기부가 활성화됐지만, 기부자는 자신이 한 기부의 진행사항을 알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시민사회나 정부가 기부 단체들을 더 객관적으로 감사해야 한다고도 했다.
기업 차원의 기부 문화 개선 방안도 밝혔다. 소르망은 “미국에선 이사진이 자청해 기부를 하려고 하지만, 한국에선 기업가가 감옥에 가기 싫어 기부하고 자선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의 기부 규모가 적지는 않지만, 홍보 수단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소르망은 미국 기업들의 예를 들며 “기업은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돈과 시간을 들여 기부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며 “비영리 활동을 전제로 한 유급휴가를 정기적으로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또한 정부가 기부액의 세액공제 비율을 높여야 한다며 “미국 정부는 개인의 기부가 정부 정책만큼 큰 역할을 한다고 여겨 세액을 더 많이 공제한다”고 말했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이 임금에서 기부액 명목으로 일부를 공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소르망은 저서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최근 한국을 찾아 기부 문화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기부 문화가 국민 복지 향상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의 기부 문화를 1년간 취재한 끝에 책을 펴냈다. 소르망은 “평소 관심이 많았던 분야인데, 관련 도서가 거의 없어 직접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의 국제자문위원을 맡은 ‘지한파’인 소르망은 “기부 문화를 변화시켜 한국의 기부 수준을 점차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불교 등 다양한 사상이 박애주의적 기부 문화가 자리잡도록 할 수 있다”며 “한국의 기부 문화는 이제 시작 단계지만 오히려 그 덕에 더 나은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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