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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 동물원에 있는 사자들이 9일 동물원이 도축용 총을 쏴 숨지게 한 마리우스의 시신을 먹고 있다 코펜하겐|AP연합뉴스 |
덴마크의 한 동물원이 근친교배 방지를 이유로 기린을 죽인 일이 벌어졌다. 건강 문제가 없는 동물을 죽였다는 점에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덴마크 현지 일간 베테를 비롯한 외신들은 덴마크의 코펜하겐 동물원이 9일 오전(현지시간) 동물원에 살고 있는 두살배기 기린 ‘마리우스’를 가축 도살용 총을 쏴 죽였다고 보도했다. 동물원 측은 “근친교배를 금지하는 유럽 법에 따른 것이었다”며 “기린을 죽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근친교배에 대한 우려만으로 건강한 기린이 죽는다는 소식이 앞서 알려지자 기린을 살리는 방법을 찾자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한 인터넷 사이트는 전날인 8일부터 ‘기린 마리우스를 도살용 총으로부터 살려내자’라는 탄원 페이지를 열렸다. 해당 페이지에는 2만7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탄원에 동참했다. 마리우스를 인수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 영국 요크셔 야생동물원은 코펜하겐 동물원에 마리우스를 데려가겠다는 요청을 했다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50만유로(약 7억3000만원)에 마리우스를 데려가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9일에는 동물원 주변에 마리우스를 살리자는 현수막이 걸렸다. 그러나 마리우스의 죽음을 막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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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게 동물원에 방문한 어린이들이 9일 검시 중인 마리우스의 시신을 지켜보고 있다. 코펜하겐|AP연합뉴스 |
동물원 측은 마리우스를 검시하는 모습까지 ‘교육목적’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을 비롯한 일반에 공개했다. 검시한 뒤에는 시신을 사자들을 비롯한 동물들에게 먹이로 주기까지 했다. 이 과정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찍은 사진이나 영상 등이 인터넷에 공개되며 널리 알려졌다. 동물원이 애초에 동물에게 시신을 먹이로 주기 위해 약물을 주입해 안락사시키는 대신 도살용 총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자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마리우스 도살의 정당성과 이후 과정에 대해 비판했다. 덴마크 동물피해반대기구의 스타인 젠슨은 “동물원에 도덕적 관념이 결여됐다”며 “동물원은 대안을 찾는 대신 동물을 죽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봤다”고 BBC에 말했다. 또다른 동물보호단체인 스웨덴의 ‘동물 권리’는 “흥미로운 유전자가 없거나 공간이 부족할 때, 동물원이 동물을 죽이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코펜하겐 동물원의 과학 담당자인 벵트 홀스트는 “장기적으로 봐서는 좋은 유전자를 선택하는 것이 기린들에게 좋다”며 “우리는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