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 개전 100년을 맞은 2014년 벽두부터 영국에서 1차 대전 역사인식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2일 마이클 고브 교육장관(46)이 보수 성향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기고한 글이었다. 고브는 기고문에 “현실을 모르는 엘리트들과 좌익 학자들이 1차 대전을 상스럽게 묘사해 애국심, 용기라는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썼다. 고브는 “좌파 역사관은 영국과 그 지도자들을 얕잡아보고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전쟁을 묘사한 BBC 시트콤 <블랙애더> 시리즈 같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잘못된 신화가 전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1차 대전 기간의 솜 전투가 연합군 승전의 전조였다는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도 했다.
세계 최초의 탱크 등장으로도 유명한 프랑스 솜 전투는 1916년 7월 전투 첫날 영국군 사상자만 5만8000여명이 발생하는 등 영국, 프랑스, 독일군에서 사상자 수십만명이 기록된 당시 최대의 ‘군사적 재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은 고브 장관의 역사인식에 대해 반박했다. 노동당 교육위원장이자 역사학자인 트리스트럼 헌트는 중도좌파 성향 주간지 옵서버 5일자에 고브가 정치에 역사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헌트는 “유사한 전 세계적 긴장이 1939년 2차 대전으로 일어났다는 것만으로도, 1500만명이 사망한 1차 대전은 국가의 승리로 단순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보수성향 역사학자도 고브의 주장에 이견을 보였다. 우파학자로 꼽히는 마거릿 맥밀런 옥스퍼드대 역사학 교수는 “영국 군인들이 자유주의 질서를 수호했다”는 고브의 주장에 “군인들은 그저 자신의 고향을 지키려 독일 군국주의와 싸웠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4일 가디언이 전했다.
고브 장관은 지난해 5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강하게 주장해 보수당 안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된다. 2008년 12월엔 이라크전에 대해 “이라크와 중동 지역에 평화와 민주주의를 가져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영국의 싱크탱크인 브리티시퓨처는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영국인 62%가 1차 대전 개전 100년 행사의 초점을 “사망자 추모와 국가적 반성”에 맞춰야 한다고 답한 결과를 5일 홈페이지에 올렸다. 영국의 1차 대전 승리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응답자는 2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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