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샤프턴·잭슨·루터 킹 3세 등 흑인 인권운동가들 한자리에
“18세 소년이 길거리에서 숨졌는데, 미국의 어떤 공동체가 가만히 있겠는가. 이 소년의 생명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누군가가 나서서 답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가 25일(현지시간) 열린 마이클 브라운의 장례식에서 이같이 말하자, 참석한 이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샤프턴을 비롯해 제시 잭슨, 마틴 루터 킹 3세, 스파이크 리 등 미국의 유명 흑인 인권운동가들이 지난 9일 백인 경관의 총격에 숨진 브라운을 추모하기 위해 이날 한자리에 모였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한 침례교회에서 열린 장례식에는 브라운의 가족과 지인 등 4500여명이 모였다. 백인 경찰의 과잉 대응에 반발한 흑인들도 미국 전역에서 장례식을 찾았다.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왔다는 윌 애클린(63)은 “어렸을 때 경찰에게 쫓기지 않고 상처받지 않으려면 내가 착한 아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며 “브라운의 소식을 듣고 그를 꼭 애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을 찾았다”고 CBS방송에 말했다.
장례식은 예배 형식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브라운의 가족들이 “25일은 ‘애도의 날’로 정하고 시위를 멈췄으면 한다”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헤드폰을 목에 건 브라운의 생전 사진이 교회 단상에 놓였다. 시신이 안치된 관 위에는 브라운이 쓰던 야구 모자가 놓였다. 장례 절차 도중 백인 경찰의 진압을 풍자하는 시위 구호 “손들어, 쏘지마”가 나오기도 했지만, “조용히 하라. 가족들을 존중하라”는 지적이 나오면 장내는 숙연해졌다.
추모사는 강연회를 방불케 했다. 인권운동가들을 대표해 나선 샤프턴 목사의 추모사는 인종 간, 계급 간 분리가 오히려 심해져가는 미국 사회를 향한 흑인 공동체의 호소를 담고 있었다.
그는 “우리는 경찰을 중무장시킬 돈은 있으면서 공공교육·직업 훈련에 쓸 돈은 없다”며 “이는 공평함의 문제다. 미국은 뭔가 잘못돼 가는 이 상황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여, 경찰의 사건보고서는 공개하지 못하면서 (흑인 소년의 절도) 동영상은 쉽게 찾아내느냐”며 경찰을 비판하기도 했다. 샤프턴은 “역사에는 중대한 변화의 순간들이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다. 이 청년은 (죽음으로써) 우리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호소한 것”이라 말했다. 그는 “흑인 청년들도 슬럼가에 갇혀 있지 말고 변화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족들도 브라운의 사망을 계기로 흑인이 차별받는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운의 삼촌인 찰스 유잉 목사는 “(브라운의) 피는 이 땅의 눈물이고, 복수를 위한 눈물이고, 정의를 위한 눈물이었다”고 말했다. 브라운의 사촌 에릭 데이비스는 “흑인 공동체는 무자비한 살인에 질렸다. 투표로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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