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

소비자들은 자동차 리스 계약을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으며 리스 회사가 물건 하자에 책임을 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소비자는 리스 계약을 해지할 때 적잖은 해지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또 소비자가 자동차를 빌린 뒤에는 하자에 대한 책임을 리스 회사에 물 수 없게 돼 있다. 자동차 장기렌털 상품은 월 렌털료는 확인할 수 있지만 대부분 회사는 총 렌털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동차 리스·렌털 소비자들의 권리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리스와 렌털의 개념이 법으로 명확히 규정되지 않고, 각자 다른 법의 적용을 받고 있어 소비자 보호 방안도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141건이던 리스 민원은 한 해 동안 26% 늘어 지난해 177건을 기록했다. 한국소비자원이 파악한 렌털 관련 소비자 상담건수도 2010년 6447건에서 2013년 8558건으로 늘어나는 등 증가세를 띠고 있다.



3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자동차 리스·렌털이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통일된 법적 용어를 정하고 피해 구제를 위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 통상 리스는 어떤 물건의 소유자가 그 물건을 일정 기간 타인에게 사용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사용료를 받는 약정을 말한다. 렌털은 단기간에 걸쳐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에게 한정된 종류의 물건을 대여하는 것이다. 사실상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이가 없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리스 산업은 1972년 한국산업리스 주식회사의 설립과 함께 시작됐다. 1986년 한국개발리스가 한국렌탈로 법인 전환을 하면서 렌털서비스업도 국내에 본격 도입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시설·동산 등 값비싼 물품을 주로 대여한 리스와 사무화기기를 취급한 렌털이 차별화됐다.

둘 사이의 경계는 2000년 이후 자동차 리스와 렌털이 활성화하면서 희미해졌다. 2014년 리스 시장 규모 12조4092억원 중 7조9288억원에 이를 정도로 자동차 리스 규모도 커졌다. 자동차 렌털은 리스에 비해 대여 기간이 짧다는 점이 달랐지만, 최근 1년 이상 장기렌털 상품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둘의 차별성은 모호해졌다.

반면 자동차 리스와 장기렌털은 그 성격이 비슷한데도 여전히 다른 상품인 것처럼 취급받고 있다. 리스를 통해서는 모든 종류의 차량 대여가 가능하지만 렌털이 가능한 자동차는 승용차와 15인승 이하 승합차뿐이다. 리스가 운전자의 기존 보험료율을 적용하는 반면, 렌털은 사업자가 정한 보험료율을 적용받는다. 리스와 렌털이 각각 다른 법의 적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렌털과 관련된 법은 민법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다. 리스라는 단어는 ‘상법’ 조항에 쓰이고 있으며, 리스 사업자를 규율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는 명시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리스·렌털에 대한 법령과 표준계약서를 직접 언급한 규정을 찾기 어렵고, 피해에 대한 구제책도 법으로 마련되지 않았다.

입법조사처는 자동차 리스·렌털과 관련된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리스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을 대안으로 꼽았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젊은이들이 총비용을 알지 못한 채 차량을 리스·렌털했다가 나중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장기적으로는 법에 투명한 리스·렌털 정보 공개 등을 의무화해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