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공모주 청약 …그리고 장외주식시장
지난 7월2일 오전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SK바이오팜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왼쪽에서 네번째)를 비롯한 내빈들이 시초를 확인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위 사진).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신청 및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 성장 기대주 싼값에 취득 기회
수천만원 증거금 내가며 ‘우르르’
카카오게임즈, 경쟁률 1524 대 1
58조원. 2021년도 정부 예산안의 10%가 넘는 돈이 지난 1~2일, 단 이틀간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일반 청약’ 증거금으로 몰렸다. 지난 6월 SK바이오팜 공모주 일반 청약 때 모인 증거금(약 31조원)의 2배 가까운 사상 최대 규모다. 카카오게임즈의 성장성이 SK바이오팜보다 높이 평가받는 것이 아닌데도 적잖은 투자자들이 공모주가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생각한 것이다.
SK바이오팜처럼 상장과 동시에 연일 상한가를 찍는 공모주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청약 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몇만원짜리 주식 한 주를 받기 위해 증거금을 수천만원 내야 하는 상황도 많아졌다. 투자자들은 이제 공모주 청약이 아닌 장외주식시장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 공모주는 왜 투자대상이 될까
상장사들은 왜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모주를 살 기회를 주는 것일까. 증권시장에 회사 주식을 상장하려면 주식을 다양한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것이 의무이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시장) 및 코스닥 상장 요건 중 하나로 ‘분산요건’을 두고 있다. 코스피시장 상장사는 공모주 비율을 전체 주식의 25% 이상으로 두거나 500만주 이상 발행해야 한다. 자기자본이 500억원 이상인 법인은 공모주 비율을 10% 이상으로 둬야 한다. 코스닥 상장사도 비슷한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상장사들은 이를 채우기 위해 새로 주식을 발행하거나 기존 주식의 지분율을 조정해 공모주로 만든다. 증시에 상장되면 ‘상장사’라는 평가를 받아 회사가치가 오르게 되며, 공모주를 새로 발행하는 경우 새로운 투자금을 확보하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래에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회사의 주식을 싼값에 얻을 수 있는 기회다.
■ 공모주는 어떻게 오를까
공모주에 투자하고 싶은 기업이 공모주 일반 청약 일정을 잡는다면 가장 먼저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는 ‘상장 주관사’를 확인해야 한다. 상장 주관사의 증권 계좌를 만들어두고, 그 안에 증거금을 미리 넣어두어야 한다. 단 증권사마다 청약 조건이 다르다. 청약기간에 계좌를 만들어도 청약이 가능한 증권사가 있는 반면, 청약이 시작되기 전 계좌를 만들어야만 하는 곳도 있다. 또 회원등급, 청약을 온라인·오프라인에서 하는지, 그 외 다양한 요건에 따라 청약 가능 한도와 수수료에 차이가 날 수 있다.
청약기간이 되면 안내에 따라 증거금을 내고, 청약 결과에 따라 공모주를 배정받는다. 자신이 청약한 증권사의 경쟁률에 따라 청약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달라진다. 청약 경쟁률이 10 대 1이었던 증권사에 5000주 청약을 넣은 투자자는 실제 500주의 공모주를 배정받는다. 그러면 냈던 증거금 중 500주어치에 해당하는 돈이 입금되고 남은 증거금은 돌려받는다.
공모주가 상장 당일 거래되는 기준가격은 또 따로 있다. 상장일 증시 개장 30분 전, 매수자와 매도자의 호가를 통해 ‘시초가’를 결정한다. 시초가는 공모가의 90~200% 사이에서 결정되는데, SK바이오팜은 워낙 인기가 좋아 공모가(4만9000원)의 2배인 9만8000원이 시초가로 결정됐다. 이후 SK바이오팜은 개장과 동시에 이날 최고 가격제한폭(29.59%)만큼 상승하며 ‘상한가’를 찍었다. 투자자들은 이를 두고 ‘공모가의 따블(더블) 이후 상한가를 찍었다’며 ‘따상’이라 불렀다. 카카오게임즈도 오는 10일 상장 후 ‘따상’을 기록하리란 기대치가 높다.
■ 치열한 경쟁률 피하려면
SK바이오팜 같은 ‘대박’ 보장 없고
상장 후 거래가 하락도 대비해야
장외엔 성장 불투명한 주식도 많아
문제는 청약 경쟁률이 너무 치열하면 증거금에 비해 배정받는 주식 수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이다. 카카오게임즈는 3개 증권사 통합 청약 경쟁률이 1524.85 대 1에 달했다. 1500주어치 증거금을 내도 1주를 받을까 말까 하는 수준이다. 카카오게임즈는 공모가 2만4000원, 증거금률 50%를 적용하면 1500주어치 증거금은 1800만원이다. 1800만원을 내고 2만4000원짜리 주식을 하나 받는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느낀 투자자들은 공모주 대신 장외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치열한 경쟁률 속 공모주를 몇 주 얻지 못하느니, 장외시장에서 미리 주주가 되겠다는 것이다. 상장 전 거래되던 장외주식은 기업이 상장사가 되면 증시에 모두 상장된다. ‘의무보유 기간’이 없는 주식이라면 상장과 동시에 증시에서 되팔아 차익을 낼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영하는 K-OTC가 공인받은 장외주식시장 역할을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38커뮤니케이션’이라는 장외주식 정보 사이트가 유명하다. 이 사이트에는 향후 IPO 일정과 증권사별 공모주 청약 요건 등이 정리돼 있을 뿐 아니라, 장외주식을 사고팔겠다는 투자자들의 호가도 이뤄진다. 공모가가 2만4000원이었던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지난 4일 장외시장에서 주당 7만5000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모든 공모주가 SK바이오팜처럼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공모가보다 상장 후 거래가가 하락하는 경우도 많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모주 시장에서 재미를 못 본 투자자들이 장외주식시장에 관심을 돌리는 건 최근 유동성 흐름상 자연스러운 수순이긴 하지만, 기업의 미래 성장성이 높이 평가받지 않은 주식들도 적지 않으므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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