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언론법 관련 회동에서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야가 27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상정을 놓고 합의를 시도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은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개정안을 상정키로 합의한 날이다. 여야는 이날 열릴 예정이던 본회의를 28일 오후 2시 열기로 하고, 같은날 오전 11시부터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회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최대 쟁점인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을 두고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28일 극적 합의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과 오후 박병석 의장 주재로 두차례 만나 언론중재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 여부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후 회동 후 “장시간 걸쳐서 협의를 진행했지만 의견을 접근시키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오늘 예정된 본회의는 내일(28일) 오후 2시에 열기로 했고, 오전 11시에 다시 의장님과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며 “마지막까지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합의를 통해 여야 의원 및 전문가 등 8인 협의체를 열어 법안을 심의한 뒤 이날 본회의를 열어 상정·처리하자는 데 합의했다. 전날까지 협상을 벌인 8인 협의체는 개정안의 골격인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기사열람차단청구권 도입을 놓고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협상 과정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액수와 열람차단청구대상 기사의 범위를 축소하는 대안을 냈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 국민의힘은 위헌이라며 완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경하다.

8인 협의체가 성과없이 종료되자 여야 원내대표가 이날 담판에 나서 최대 쟁점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쟁점사항이 합의됐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지만, 양당 안팎에서 논의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야는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가중처벌하도록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여야 모두) 28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여야가 28일 11시 원내대표 회동과 함께 오후 2시 본회의까지 일정을 합의한 것을 두고도 여야 논의가 유의미하게 진척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11시 의장 회동, 2시 본회의 열기로 했는데, 그러면 딱 담판 뉘앙스 아니겠냐”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언론중재법에 대한 문제제기를 충분히 검토하라”고 말한 점, 언론계와 시민들의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 등에 비춰 여당이 느끼는 부담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 나온다. 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정치권 전체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여야 모두 언론중재법 대치 전선이 장기화되는 것을 피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윤승민·심진용·탁지영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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