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완연한 하락세 끝에 선두권에서 5위까지 내려온 LG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직후 주포 김현수의 발목 부상으로 더 큰 위기를 맞는 듯 했다. 그러나 김현수도, 아도니스 가르시아도 빠진 가운데 4번 자리를 채은성이 완벽히 메워 위기를 넘겼다. 채은성의 지난주만 반짝 활약한 게 아니다. 올해 한 차원 성장해 이미 100타점을 넘겼다.
KBO리그에는 공식적으로 ‘MIP’라고도 불리는 기량발전상이 없지만, 채은성은 올 시즌 가장 인상적인 발전을 이룬 선수다. 타점은 물론 홈런도 11일 현재 21개로 2년 전 세운 개인 최다 기록(9개)을 가뿐히 넘겼다. 3할3푼9리의 타율은 투고타저 시즌에도 전체 1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지난 시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성적이 떨어져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지만, 부담감을 버리고 자신에 맞는 타격을 꾸준히 연구한 결과 올해 빛을 보고 있다.
두산 최주환의 성장도 눈부시다. 생애 첫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더니 20홈런 고지도 넘었다. 시즌 초반 깜짝 타점 선두에 올랐던 때와 같은 폭발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부상을 안은 가운데서도 출전하며 올린 90타점 역시 개인 최다 기록이다. 두산의 두터운 내야진에서 좀처럼 주전 한 자리를 보장받지 못했던 때가 많았지만 오랜 노력 끝에 빛을 봤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풀시즌을 뛰면 20홈런을 칠 수 있는 재능이 있다”며 눈여겨 봤다. 최주환도 파워보다 유연성을 늘리는 데 집중했던 선택이 통했다.
‘장타력은 있지만 정교함은 부족한 타자’ 정도로 오랜 시간을 지낸 한화 이성열의 올 시즌 성적도 놀랍다. 두산에서 뛰던 2010년 24홈런·86타점으로 한단계 성장하는 듯 했지만 이를 뛰어넘지는 못했고 넥센으로, 한화로 팀을 옮겼다. 지난해 부상 탓에 규정타석에 미달했지만 3할 타율(0.307)을 기록하며 심상찮은 모습을 보이더니 올해는 5·6번 타순에 붙박이로 나서 개인 최다인 26홈런을 쳤다.
타자들 중에서는 오랜 노력 끝에 빛을 본 선수들이 돋보이는 반면, 마운드에서는 젊은 투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두산 함덕주는 지난해 9승8패·2세이브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아직 그의 활약에 물음표를 달았던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 26세이브를 거둔 마무리 투수로 거듭났다. 삼성 최충연의 성장은 더 극적이다. 지난해 42경기에 출전하며 꽤 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3승8패·평균자책점 7.61로 증명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겨우내 투구폼 등 변화를 모색한 끝에 특유의 강속구를 앞세워 16개 홀드를 수확한 정상급 불펜요원이 됐다. 둘은 아시안게임 대표로 뽑혀 병역 혜택까지 덤으로 받았다.
아시안게임 이후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지만 최원태(넥센)도 지난해 10승을 거둔 유망주에서 국내 투수 중 가장 많은 13승을 따낸 토종 에이스로 거듭났다. ‘기량 발전’보다는 ‘재기’라는 말이 더 어울릴 수도 있지만, 20홀드로 생애 첫 홀드왕을 노리는 롯데 오현택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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