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이동걸 행장, 협상 시한 못 박고 재실사 요구는 거부
ㆍ“코로나 감안 협조했지만 통상적 M&A 절차 넘어선 과도한 요구”
ㆍ인수 무산 대비 타기업에 매각 가능성 언급…국유화엔 선 그어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아시아나 인수 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 인수 계약을 오는 11일까지 마무리 지으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사진)은 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현산 측에 최대한 협조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시점이 오고 있다”며 “만약 계약이 무산된다면 책임은 현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산 측이 요구한 재실사는 거부됐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현산 측은 이미 7주간의 실사를 거쳤고 6개월 이상 인수 작업을 했는데도 재실사를 요구한 것은 통상적인 인수·합병(M&A) 절차를 넘어서는 과도한 요구”라고 말했다.
현산은 지난달 24일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산은에 공문을 보내 아시아나를 12주간 재실사하자고 요구했다. 아시아나의 부채·차입금 및 당기순손실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 등을 다시 살펴보자며 “금호와 채권단이 일방적으로 거래 종결을 주장하고 있으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현산이 대면 협상에 나서지 않는 등 아시아나 인수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산이 재실사 무산을 빌미로 아시아나 인수에서 발을 빼려는 것으로 채권단은 추측한다.
이에 산은이 공식적으로 인수 무산 시의 책임까지 거론하며 현산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최 부행장은 “금호 측은 그간 현산이 거래를 종결할 수 없다며 주장한 부분들이 회계기준 변경이나 코로나 사태 탓에 일시적으로 벌어진 일로, 계약 위반은 아니라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현산이 공문과 보도자료로 주장한 내용은 상당 부분 근거가 없다. 악의적으로 왜곡된 측면이 있다”며 “7주 동안 실사를 마친 현산이 왜 재실사를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현산이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산이 낸 계약금은 2500억원 규모다. 매각 주체인 금호 측은 현산에 오는 11일까지 계약을 종결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현산은 12일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
산은은 매각 무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인수 무산에는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유동성 지원 및 영구채 주식 전환을 통한 경영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대기업을 비롯한 다른 인수 주체로의 매각 가능성도 열어놓겠다는 것이다. 다만 대형 사모펀드는 정부의 투자적격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산은 측은 밝혔다.
최근 제기된 ‘아시아나 국유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최 부행장은 “산은이 출자전환을 통해 일부 지분을 가질 수는 있으나, 부채 상환 및 경영관리에 대한 의무를 갖지 않으면 국유화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산은이 이처럼 최후통첩을 날리면서 앞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운명은 현산이 수일 내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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