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K팝·드라마 좋아하던 현지인들
ㆍ서포터스 지원해 단일팀에 성원
ㆍ“개회식 한반도기 입장에 뭉클”

인도네시아 여성들로 구성된 현지 서포터스가 지난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과 인도의 경기를 관전하며 단일팀을 응원하고 있다.  자카르타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인도네시아 여성들로 구성된 현지 서포터스가 지난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과 인도의 경기를 관전하며 단일팀을 응원하고 있다. 자카르타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지난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농구 경기장.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여자농구 단일팀의 예선 세번째 경기 인도전에서도 한반도기가 새겨진 흰 셔츠를 입은 응원단 수백명이 “힘내라, 코리아”를 외쳤다. 일사불란한 응원단에서 조금 눈을 돌리니 한국인들보다 조금 더 짙은 피부색에 히잡을 둘러쓴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태극기가 달린 머리띠, ‘파이팅! 대한민국’ 두건을 든 현지인 응원단이었다. 한국인 응원단만큼 조직적이지는 않았지만, 단일팀이 득점할 때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환호했다. 한국을 좋아해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한국을 응원하는 인도네시아인 ‘아시안게임 서포터스’는 그렇게 단일팀에도 힘찬 성원을 보냈다.

K팝으로 잘 알려진 한국 대중가요와 드라마가 수입되면서 한국을 좋아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이 부쩍 늘었다. 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이 조직한 서포터스도 예상 밖의 치열한 경쟁 끝에 추려졌다. 서포터스 50명을 뽑겠다는 공고를 내자 2900여명이 몰렸고, 결국 예정보다 인원을 늘려 70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자카르타와 팔렘방에서 열리는 한국 및 단일팀 경기에 응원도구를 들고 참석하며 한국팀을 응원하게 된다.

방탄소년단, 엑소 등 한국 가수들에 대한 호감이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서포터스에 지원한 경우가 많았다. 파란 히잡을 두른 대학생 하니(24)는 유창한 한국어로 “엑소를 좋아하며 한국에 관심이 생겼고, 한국의 아시안게임 경기도 응원하고 싶었다”며 “친구 3명도 함께 서포터스에 지원했는데 경쟁이 치열해 혼자 오게 됐다”고 말했다. 2000년대 말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보며 한국에 관심이 생겼다는 버지니아(23)는 “한국 친구들을 사귀고 인도네시아를 소개해주고 싶어 한국어를 배웠다”면서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손흥민이 뛰는 경기를 보고 싶다”며 웃었다.

서포터스는 대회 개막 첫날부터 조금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았다고 했다. 지난 19일 열린 태권도 품새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결승 맞대결을 벌였기 때문이다. 하니는 “내가 태어난 나라를 응원하고픈 마음과 좋아하는 한국을 응원하고픈 생각에 갈등했다”고 했다. 옆에서 버지니아가 “그래도 그날 태권도 품새에서 한국이 금 2개, 인도네시아가 1개를 나눠가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거들었다.

아무리 한국이 좋다고 해도 인도네시아에 남북 단일팀은 너무 먼, 공감할 수 없는 얘기가 아닐까. 하지만 버지니아는 그런 편견을 깨줬다.

“단일팀은 한국의 ‘평화’를 상징한다고 알고 있어요. 남북 선수들이 한 깃발을 들고 개회식에 입장하는 순간 뭉클하던걸요. 한국에 평화가 자리 잡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단일팀이 던지는 평화의 메시지가 감동의 물결로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 전역에 흐르고 있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