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은 대개 목표가 ‘팀 우승’이라고 하지만, 우승 현장에서 들러리가 되고 싶은 선수는 없다. 그래서 야수진이 두터운 팀의 멤버라는 게 마냥 기쁜일일 수는 없다. 팀이 강해지면 우승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자신의 자리는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두산 외야수 조수행(26)도 마찬가지다. 대졸 프로 3년차, 처음으로 퓨처스(2군)로 내려가지 않고 1군에서 시즌을 치르며 지난 1일까지 93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타석수는 137타석. 경기 후반 대주자·대수비가 그의 주된 역할이기 때문이다.
물론 조수행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타석수가 경기수보다 적었던 지난 두 시즌보다 비중이 늘었다. 외국인 타자들이 자리잡지 못했던 두산의 주전 우익수 자리가 그에게도 돌아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6월까지 3할에 이르던 타율이 7월 2할7푼9리까지 떨어지며, 두산 우익수는 다시 ‘상황에 따라 주인이 바뀌는’ 자리가 됐다.
그래서인지 지난 1일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조수행은 “무더위는 견딜만하지만, 타격감이 떨어진 게 아쉽다. 좋았던 때의 타격감을 이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팀 내에서도 ‘타격이 더 좋아지면 주전으로 뛸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타격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잠실 홈경기가 끝나 조명이 꺼진 뒤에도 연신 배트를 휘두르는 두산 선수들 가운데는 조수행도 있다.
조수행이 믿는 것은 ‘꾸준한 훈련이 언젠가 좋은 결과로 돌아올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 그리고 그걸 몸소 선보인 팀의 형들이다. 조수행은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최)주환 형이 룸메이트였다”며 “형으로부터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꾸준히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는 위로를 참 많이 받았다”고 했다.
조수행에게 위로를 건네던 지난해의 최주환도 10년 넘게 두산 유니폼을 입었지만 ‘붙박이 주전’은 아니었다. 하지만 꾸준한 기다림과 노력 끝에 올해 자신의 이름값과 팀내 비중을 한껏 높였다. 시즌 10홈런을 넘기지 못했던 타자가 지난 1일까지 17개의 홈런을 쳤고, 타점도 76개로 이미 지난해 세운 ‘커리어 하이’ 57개를 넘겼다.
두산에는 최주환 같은 경우가 적지 않다. 2016년부터 3할대·20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주전 외야수로 발돋움한 박건우도 2009년 입단 이후 주전이 되기까지 군복무를 포함해 7년을 기다렸다. 홈런왕을 다투는 4번타자 김재환도 2008년 입단한 뒤 2015년까지는 백업요원에 머물렀다. 오랜 기다림 끝에 빛을 본 이들이 지금 주전을 이루고 있다.
오랜 백업 생활을 잘 알고, 그 답답함을 딛고 한 단계 올라선 형들이 있기에, 조수행은 매일 밤 방망이를 다시 움켜쥘 수 있다. ‘지고 있을 때도 질 것 같지 않고, 농담을 건네고 정보를 공유하는’ 두산 더그아웃의 활기찬 분위기도 조수행에게 힘이 된다. 조수행은 “어떤 선수가 경쟁상대가 되든 ‘내가 해야할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2016년 팀 우승 때는 엔트리에 못들었고, 지난해엔 준우승에 그쳤다. 올해는 꼭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다시 마음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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