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실효성 위해 집단분쟁조정·징벌적 배상도 거론21대 국회 들어 발의된 ‘금소법 개정안’ 등 처리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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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면적 구속력

자본시장에서 분쟁조정이 발생했을 경우 금융당국의 조정 결정에 대해 투자자는 소 제기가 가능하지만, 금융투자회사는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제도.




금융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은 그간 꾸준히 논의돼왔다. 21대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법안이 발의됐으나 실제 입법으로 이어져야 금융소비자 보호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편면적 구속력 도입, 왜 필요한가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금융사들의 피해 배상 책임을 강제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2000만원 이하 소액 분쟁의 경우 ‘편면적 구속력’을 명시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사례를 보면 2000만원 이하 사건이 전체의 78%를 차지한다. 편면적 구속력은 금융소비자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조정안을 수용했을 때 금융사 의사와 상관없이 조정안이 확정되는 것을 말한다.

이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주요 은행들은 라임 사태뿐만 아니라 대형 금융사고 때마다 배상 범위를 권고한 금감원 분조위의 조정안이 나와도 이를 수용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하며 시간을 끄는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해왔다”며 “대법원 판결까지 3~5년이 걸리는데 개인들이 계약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고 자체 법무팀까지 갖추고 있는 대형 은행들을 상대로 승소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개인이 변호사 비용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소송 기간이 길어질수록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영국은 분쟁금액이 15만파운드(약 2억3300만원) 이하인 사건에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는 금액을 35만파운드(약 5억4300만원) 이하로 확대했다. 호주는 32만3500호주달러(약 2억7700만원) 이하 사건에 대해, 독일은 1만유로(약 1400만원) 이하의 사건에 대해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한다.

일본은 소액 사건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인정할 만한 사건이라면 별도 금액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개정안을 두고 반론도 만만찮다. 헌법이 보장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는 주장도 그중 하나다. 이 의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에서 재산권 침해에 대한 위험성 시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소액 보증금에 대해 최우선변제권을 인정하고 있다”며 “금소법상 편면적 구속력 부여에 대한 위헌성 시비 문제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집단분쟁조정제도와 징벌적 배상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집단분쟁조정제도’ 논의도 나오고 있다. 잇단 사모펀드 사태처럼 금융사들의 과실로 촉발된 분쟁조정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제도다. 금융분쟁 조정에서는 아직 집단분쟁조정제가 도입되지 않았다. 라임 무역금융펀드도 각 판매사별 4건의 안건만을 살펴봐 조정안을 내놓으면 이를 기준으로 판매사가 개별 소비자에게 자율조정을 하라고 권고하는 식이다. 집단분쟁조정이 가능해지면 개인들이 금융사에 대응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금감원의 분쟁조정 기능을 별도의 기구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현재는 감독기관이 분조위를 꾸려서 분쟁조정을 주도하다보니 공정성 있게 업무를 수행해도 기관 성격 때문에 공정성을 의심받는 상황”이라며 “좀 더 독립적이고 공정성을 갖춘 제3의 기관이 한다면 나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잇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금융사 대 금감원’ 구도가 자주 불거진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3의 기관을 만들어도 ‘조정제도의 실효성 문제’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중립적인 기관이 조정안을 낸다고 해도 금융사가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오는 논의가 ‘징벌적 배상 책임’이다. 판매사들의 배상 책임을 늘려 판매사가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최근 국회에는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상품 판매업자들이 금융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안길 경우 그 손해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금소법 개정안, 김한정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내부통제 기준과 위험관리 기준을 위반한 금융사에 대해 소비자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제출됐다.

윤승민·안광호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