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골칫거리가 중요한 순간 발목을 잡진 않을까. SK가 다시 수비 실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SK는 지난 14일 잠실 두산전에서 1-1로 맞선 4회말 1사 1·3루에서 실책 때문에 역전을 허용했다. 유격수 김성현이 1루 주자를 잡기 위해 2루로 송구했는데, 2루수 최항이 바운드 된 송구를 포구하지 못하면서 아웃카운트를 늘리지 못했다. 추가 실점은 더 아쉬웠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 SK 투수 메릴 켈리가 연이어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두산은 4-1까지 달아났다. 직전 수비에서 실책이 없었다면, 만루 위기도, 이어진 연속 볼넷도 없었을 수 있었다. SK는 이때의 점수차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3-6으로 졌다.
그보다 앞선 지난 12일 8-21로 대패한 문학 KIA전에서도 수비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1회초 무사 1·2루에서 최형우가 2루수 앞 땅볼을 쳤다. 수비 시프트로 위치를 잘 선정하고 있던 최항이 2루로 정확히 송구했다면, 병살타도 노려볼만 했다. 그러나 송구 실책은 KIA의 선취점으로 이어졌고, 이어 KIA 타선의 연쇄 폭발이 시작돼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다. 대량 실점 직후에 벌어진 상황이긴 하지만, 1회초 SK 3루수 나주환이 땅볼을 가랑이 사이로 빠뜨려 추가실점하는 장면도 SK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았다.
SK는 15일 경기 전 기준 84개의 실책을 범해 3위에 올라있다. 선두 롯데부터 4위 NC까지 한 개차로 순위가 갈려있다. 10개 구단 중 3번째로 적은 110경기만 소화한 가운데 많은 실책을 저질러 수비율은 롯데에 이어 두번째로 낮은 0.979다.
SK도 수비에서의 약점을 시즌 초반부터 깨닫고 적잖은 공을 들였다. 경기 전마다 내야수들이 웹(web)이 없는 특수 글러브를 낀 채 땅볼을 받는 연습을 했다. 내야수들이 실제 경기처럼 수비 위치를 잡고 상황을 설정해 하는 수비 훈련도 다른 팀보다 길게 실시했다. 주전 3루수 최정이 부상으로 빠진 동안 나주환이 3루와 1루도 백업하고, 김성현이 때때로 유격수 수비를 겸하는 등 다양한 시도도 있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서는 LG로부터 내야수 강승호를 트레이드해왔다.
그런 와중에도 아쉬운 수비가 거듭됐다. 수비 불안이 특정 선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SK의 난맥상이다. 나주환, 김성현(이상 실책 11개), 최정, 최항(이상 9개), 강승호(LG시절 포함 7개) 등 내야수 모두가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실책의 절반을 앤디 번즈(17개), 신본기(14개), 한동희(10개)가 몰아서 한 롯데와 달리 선수 한 명을 경기 막판 교체한다고 해결하긴 어렵다.
중·하위권 다툼이 워낙 치열하고 2위 경쟁자 한화가 후반기 하향세를 보이며 SK의 가을 야구 진출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SK가 바라는, 포스트시즌 진출 이상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수비 불안 해소가 급선무다. 프로야구 단기전에서 수비 하나가 결과의 차이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수차례 입증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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