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를 떠들썩하게 할 정도의 대기록을 세워가는 건 아니지만, 조용히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해가는 이들이 있다. KT의 주장 박경수(34)도 자신의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썼다. KT 이적 첫 해인 2015년 22홈런으로 자신의 야구 인생 2막을 열어젖혔던 박경수는 13일 현재 23홈런으로 홈런 부문 공동 9위에 올라 있다.
그는 2016년 타율 3할1푼3리와 ‘2년 연속 20홈런’을 동시 달성하며 전년의 활약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그러다 지난해 타율(0.262)도 떨어지고 홈런(15개)도 감소하는 부침을 겪었다. 지난 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박경수는 그 때를 떠올리며 “지난해는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다”며 “감독님이 오신 첫 해 좋은 성적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부응하지 못하면서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KT는 지난해 김진욱 감독이 새로 부임한 뒤 가을야구와 탈꼴찌에 도전했지만 3년 연속 10위에 머물고 말았다.
올해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팀 차원에서 장타력 향상에 공을 들였고, 팀도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상위권에 자리했다. 그러나 5월부터 순위가 내리막을 타더니 중위권보다 최하위가 더 가까워졌다. 5월까지 2할 후반대였던 박경수의 타율도 6월 한달간 2할2푼5리에 그쳤다. 선수생활의 정점보다는 내리막길이 더 가까운 듯 했다.
박경수는 “부진하던 동안 나빴던 부분을 이숭용 코치님이 바로잡아 주시며 성적이 올랐다”며 “타격 타이밍, 하체 이용 방법을 연습을 통해 고쳐나갔고, 그게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특별히 홈런을 치기 위한 준비를 한 것은 아니었다지만, 박경수는 7월 한달간 9홈런·20타점을 몰아치는 등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서른 넷의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개인성적의 향상을 이뤘다.
하지만 KT의 주장으로서 느끼는 아쉬움마저 지우진 못했다. 박경수는 “선수들이 잘 해주고는 있지만, 실수를 줄여야 한다”며 “공격에서는 작전 수행 능력이, 수비에서는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주장으로서의 내 능력이 ‘여기까지 밖에 안됐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도 털어놨다. 3년째 KT의 주장을 맡고는 있지만, 2년 연속 꼴찌에 이어 올해도 5위 싸움이 쉽지 않은 탓에 느끼는 부담감이 적잖은 듯 했다.
하지만 주장으로서 해야 할 일은 놓지 않았다. 그는 “실수를 하면 안되겠지만, 젊은 선수들에게 실수를 해도 위축되지 말라고 한다”며 “(유)한준이 형, (이)진영이 형, (황)재균이와 저도 어렸을 때 수없이 실수를 반복하고 이자리에 왔다. 나쁜 경험을 통해서도 배우는 게 있다”고 말했다. 팀의 목표는 분명히 있지만, 성적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으라고 이야기한다고도 했다. 박경수는 “전반기 성적이 아쉬웠는데, 후반기에 선수들이 부담감을 덜면서 오히려 성적이 좋아졌다”고 했다.
그가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단 한 번 밖에 해보지 못한 ‘가을야구’에 대해 묻자 박경수는 “경기장을 찾아주신 팬들에게 한 경기라도 더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먼저”라며 “올해 가을야구를 하느냐 못하느냐보다, 팀이 ‘진짜 강팀’이 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장을 맡으면서 봤던 가장 희망적인 부분을 떠올려냈다. “멘털만 조금 더 강해지면 될 것 같아요. 야구에 대한 선수들의 열정이 늘어난 건 분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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