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내야수비는 시즌 막판이 다 되도록 팬들에게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지난 12일 문학 KIA전과 14일 잠실 두산전 내야수들의 잇단 실책은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제이미 로맥을 빼면 주로 중·하위타순에 포진한 SK 내야수들은 수비에서도 제 역할을 못하고 마음고생을 앓아야 했다.
설상가상(雪上加霜). SK는 1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전을 앞두고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나주환을 엔트리에서 빼야했다. 부상으로 3주를 빠진 최정이 1군에 돌아왔지만, 타격과 수비를 함께 소화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던가. SK의 하위타선 내야수들이 이날 빛났다. SK는 4타수 3안타 3득점에 빛난 최항과 5타수 3안타 2타점을 올린 강승호 등의 활약에 힘입어 선두 두산에 12-2 대승을 거두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두산은 선발 이용찬이 공 6개만 던지고 타구에 손을 맞아 교체되는 불운을 안고 경기를 시작했다. 바뀐 투수 윤수호가 등판하자 갑작스레 쏟아진 소나기가 27분간 경기를 멈췄다. 그러나 비가 그친 뒤 SK는 1사 1·2루 기회에서 한동민이 병살타로 물러나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는 듯 했다.
기우였다. SK는 2회초 바로 빅이닝을 만들며 승기를 가져왔다. 1사 후 이재원과 최항이 연속 2루타로 선취점을 뽑더니, 7번 김동엽이 잠실구장 좌중간 외야 중단을 때리는 125m 홈런을 때려 3-0으로 달아났다. 이어 8번 김성현과 1번 노수광이 징검다리 안타를 터뜨려 1사 1·3루. 김강민이 내야 땅볼로 아웃됐지만, 이어진 2사 2·3루에서 로맥이 좌전 적시타를 터뜨려 다섯점째를 뽑았다.
SK 하위타선의 폭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9번 강승호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1사 후 최항이 우전안타, 김동엽이 좌전안타로 1·2루를 만들었고, 강승호가 3루수 옆을 빠르게 지나는 좌익선상 2루타로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두산은 중계 플레이로 1루 주자 김동엽을 홈에서 잡으려 했지만 홈승부에서 김동엽이 한 발 앞섰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대량득점이 나오자 승부는 사실상 갈렸다. 두산은 SK 선발 김광현에게 좀처럼 연속안타를 뽑지 못했다. 김광현은 5회까지 91개의 공을 던지고 5회에 처음으로 삼자범퇴에 성공하는 등 쉽지 않은 승부를 벌였지만, 두산 타선은 김광현에 연속 안타도, 연속 출루도 해내지 못했다. 삼진만 여섯차례 당했다.
5회 두산이 일찌감치 핵심 멤버들을 빼면서 승부는 그대로 굳어졌다. SK는 5회와 6회 한점씩을 보탰고, 7회초 몸에 맞는 공 2개와 안타를 묶어 만든 1사 만루에서 상대 실책과 폭투, 내야 땅볼로 석 점을 뽑아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SK는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앞둬 이른 시일내 등판 예정이 없던 선발자원 문승원을 7회 올려 마지막 3이닝을 맡겼고, 두산은 7회말과 9회말 1점씩을 뽑아 영패를 면하는 데 만족해야했다. 부상으로 일찍 강판당했던 이용찬이 정밀 검진 결과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은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김광현은 경기 후 “타자들이 초반부터 점수를 많이 내 줘 맘편히 던질 수 있었다”며 “최근 팀 실점이 많아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적은 실점으로 이겨서 기쁘다. 커브를 많이 던진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SK는 올 시즌 두산과의 잠실 원정에서 당했던 5연패에서도 벗어났다. 1·2위인 두 팀의 상대전적은 이날로 6승6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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