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할7푼3리. 2001년 프로야구 한화의 승률이다. 5할이 채 안되는 승률이었지만 한화의 순위는 4위, 승수가 패수보다 7이나 적었는데도(61승68패4무) 준플레이오프에 올라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이는 전·후기 리그가 폐지되고 준플레이오프가 시행된 1989년 이래 포스트시즌 진출 팀 중 최저승률 기록으로 남아있다. 리그가 9구단·10구단 체제로 재편되고 와일드카드전이 생겨 5위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해졌어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그해 순위표를 보면 한화가 가을야구에 진출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삼성이 81승으로 홀로 6할 승률(0.609)을 기록한 가운데 4위부터 8위까지가 모두 시즌 막판까지 가을야구 티켓을 놓고 다퉜다. 8위 롯데와 한화와의 승차는 겨우 2경기에 불과했다. 롯데의 승률 4할5푼7리(59승70패4무) 또한 역대 프로야구 최하위 승률 중 최고기록으로 남아있다.
이후 한화의 최저승률 포스트시즌 진출 기록은 바뀌지 않았다. 2001시즌의 구도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은 시즌 초반부터 미끄럼을 타며 가을야구 희망을 놓은 끝에 다른 팀들에게 승수를 ‘헌납’하다시피한 꼴찌가 매 시즌 존재했다. 2000년대 후반까지는 LG-롯데-KIA가 번갈아 최하위를 기록했고, 2010년대 중반까지는 한화와 넥센이 그 불명예를 이었다. 10구단 체제가 되고나서는 신생구단 KT가 3년 연속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찌감치 최하위로 떨어진 팀들을 상대로 다른 팀들은 비교적 손쉽게 승수를 사냥하며 시즌 승률을 올렸다.
올 시즌은 순위 싸움 구도가 2001년을 닮아가고 있다. 15일 현재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LG와 8위 롯데의 승차는 1.5경기에 불과하다. 9위 KT와 10위 NC가 다소 처져 있어 2001년과 구도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두 팀 모두 최하위를 벗어나야한다는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2013년 1군 합류 이후 단 한번도 꼴찌가 된 적이 없던 NC는 물론,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KT도 ‘올해만큼은 탈꼴찌’를 벼르고 있다. 5~8위팀 중에서 이들을 쉽게 승부할 상대가 없다.
여기에 SK와 한화의 2·3위 다툼도 진행중이다. 거의 모든 팀이 순위싸움을 진행중이라 시즌을 일찍 포기하며 승패에 연연치 않을 팀이 막판까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치열해지는 5위 싸움 중에도 승수를 쌓기가 쉽지 않아지고 최저 승률 포스트시즌 진출팀이 탄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현재 5위 LG의 성적은 55승59패1무, 승수가 패수보다 4개가 적어 승률은 4할8푼2리에 불과하다. 현재 승률만으로도 역대 포스트시즌 진출팀 승률 최저 2위인데다, 2001년 한화의 승률 최저기록과는 채 1푼도 차이나지 않는다.
기록 달성 여부는 연승과 연패 여부에 달렸다. 연승으로 먼저 5위 자리를 차지하는 팀이 생기거나 연패로 경쟁에서 뒤처지는 팀이 생긴다면 리그 흐름은 예상과 달라질 수 있다. LG가 그랬듯 넥센을 포함한 4위 이상 팀들도 미끄러질 위험이 존재한다. 모든 팀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문에 생긴 18일의 휴식기를 헛되이 보낼 수 없는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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