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외투를 벗었다 다시 꺼내 입을 때까지, 길고 긴 프로야구 레이스에서 전경기를 소화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성실함과 높은 팀 공헌도를 갖춰 전경기 출장을 이뤄낸 선수들은 ‘철인’으로 칭송받는다. 하지만 올해는 충분한 대체자원이 없는 팀 사정도 ‘철인’을 만드는 요인이 된 것 같다.
올스타전 휴식기까지 3경기가 남은 9일까지 팀당 적게는 82경기(KIA), 많게는 89경기(넥센)를 치른 가운데, 총 10명의 선수가 팀이 치른 모든 경기에 출장했다. 87경기를 치른 LG의 김현수와 오지환, 삼성의 박해민과 다린 러프, NC의 나성범이 가장 많은 경기에 뛰었다. 84경기를 치른 KT에서는 멜 로하스 주니어가 모든 경기를 뛰었다. 83경기를 치른 롯데는 가장 많은 4명의 개근자를 배출했다. 외야의 손아섭과 전준우, 내야의 이대호와 신본기가 주인공이다.
모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던건 성실함만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그만큼 팀 공헌도가 뛰어났다는 얘기다. 이대호는 서른여섯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홈런(21개)과 타점(71개)에서 팀 내 1위다. 빼어난 수비로 이름이 높던 신본기는 올 시즌 타율도 3할대(0.315)로 끌어올리며 내야진의 대체불가 자원이 됐다. 손아섭과 김현수는 팀 안팎에서 타선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출전한 경기 수가 워낙 많은 덕에 최다안타와 득점에서 나란히 1·2위를 달리고 있다.
초반 부진했던 박해민과 러프도 시즌이 거듭될 수록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3할 타율의 박해민은 4월의 부진을 딛고 도루 공동 2위(21개)에 올라 4년 연속 도루왕에 도전한다. 지난해 타점왕 러프도 어느새 홈런 9위(19개), 타점 공동 3위(75개)까지 치고 올라왔다.
물론 전경기 출장은 경기에 나서고 싶은 선수의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다만 주축 선수가 빠지면 경기를 풀어나가기 어려운 팀 사정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전경기 출장 선수가 나온 다섯 팀 중 LG를 뺀 네 팀은 나란히 7~10위를 달리고 있다. 최하위 NC 나성범의 경우 3할1푼6리의 타율을 기록중인데, 4월말 3할3푼9리까지 올랐던 타율이 매월 1푼씩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팀의 다른 중심타자들이 부상과 부진에 허덕여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무더운 여름과 아시안게임이 전경기 출장의 남은 변수다. 전경기 출장 중인 선수들 중 김현수, 오지환, 박해민, 손아섭 등 4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포함됐다. 리그가 휴식기를 맞는 동안에도 더운 여름과 금메달 획득이라는 중압감을 떠안고 경기를 치른다. 손아섭의 3시즌 연속 전경기 출장을 비롯한 선수들의 도전은 여름이 지나면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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