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승회(위)와 NC 최준석. 이석우 기자

두산 김승회(위)와 NC 최준석. 이석우 기자

지난 겨울을 누구보다도 춥게 보낸 이들이 있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양극화된 게 처음은 아니었다지만, ‘준척급’으로 분류된 FA들에게 몰아친 칼바람은 예상보다 싸늘했다. 일찌감치 계약을 마무리 짓지 못했고, ‘사인 후 트레이드’라는 우여곡절 끝에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도 있었다. 매서웠던 계절을 버티며 해를 넘겨 FA 계약한 이들은, 2018시즌 KBO리그 전반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을까.

■투·타에서 ‘없어서 안될’ 선수로

두산의 김승회는 선두 두산의 불펜의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기회가 주어진 탓에 지난 4월 하순이 돼서야 1군에 합류했지만, 27경기에서 26.2이닝을 던져 1승1패 4홀드를 거뒀다. 평균자책점 3.71과 이닝당주자허용률(WHIP) 1.39는 일단 지난해보다 더 좋아진 수치다. 37세라는 나이에 기량은 내리막을 탈 시점, 박치국-함덕주에 비해 주목받을 위치에 놓이진 않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불펜의 신구조화가 가능했다.

해를 넘겨 2+1년 27억원에 FA 계약을 맺은 KIA 김주찬은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타율 3할2푼5리, 12홈런에 51타점. OPS(출루율+장타율)는 0.885로 지난해(0.848)보다 좋다. 타점은 팀 내 2위다.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주축 타자들의 부진과 부상이 끊이질 않는 KIA 타선은 김주찬은 2번에서 주로 뛰었던 지난해와 달리 3번·5번 등 중심타선에 배치돼 있다.

■부상과 부진에 눈물

반면 김주찬과 함께 계약 기간 때문에 이견이 생겨 FA 협상이 길어진 것으로 알려진 한화 정근우의 이번 시즌은 묘하다. 지난해까지 한화에서의 4년간 보여주던 3할대 타율, 4할에 육박하던 출루율을 올해는 보여주지 못했다. 부상도 두 차례 당해 팀이 지난 9일까지 치른 86경기 중 49경기밖에 나서질 못했다. 고졸 신인 정은원과 지난달부터 1군에 합류한 강경학이 공백을 메워 한화는 2위 싸움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었다. 정근우의 계약기간 ‘2+1년’에 대한 팬들의 아쉬움도 계약 당시에 비해서는 줄어들었다.

‘사인 후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NC 최준석도 아쉬운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특히 장타의 감소가 아쉽다. 장타율이 지난해 0.430에서 올해 0.378로, 6년만에 3할대 장타율을 기록중이다. 지난 7일 고척 넥센전에서 통산 200홈런 고지에 오르긴 했지만, 지난 4월12일 시즌 2호 홈런 이후 거의 석달 동안 홈런을 추가하지 못하다 겨우 기록을 달성했다. 전년에 비해 크게 깎인 연봉(5500만원)이 올 시즌 성적에 비하면 올해 성적을 마냥 나쁘게 볼 수는 없겠지만, 은퇴한 이호준처럼 ‘팀 분위기를 잡아줄 베테랑’의 역할을 기대했던 NC 벤치로서는 최하위로 처진 팀 성적과 최준석의 역할이 아쉽다.

■5월까지는 좋았는데…

넥센과의 FA 계약 후 고향팀 롯데로 트레이드된 채태인은 강타자들이 즐비한 롯데 타선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다. 타격능력은 여전한 이대호의 약점인 수비를 1루에서만큼은 완벽히 대체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중순 3할3푼대까지 끌어올렸던 타율이 점차 하락세를 타고 있는 점은 아쉽다. 어느덧 타율이 2할8푼대까지 떨어졌는데, 지난해 수치에 육박한 홈런(10개)과 타점(45개)에서 제 역할을 해주길 롯데는 바라고 있다.

한화의 투수 안영명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5월까지 평균자책점 2.84로, ‘한용덕표’ 한화 불펜야구의 일익을 담당했다. 한동안 볼 수 없던 시속 150㎞대의 속구를 회복했다는 고무적인 소식도 함께 들렸다. 하지만 6월 이후 급격하게 나빠졌다. 지난 9일까지 평균자책점이, 정확히 2배인 5.68로 뛰었다. 지난달 걸린 몸살 때문에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진 탓이다. 불펜의 힘으로 어렵게 승리를 이어 온 한화의 여름철 2위 수성을 위해서는 안영명의 회복이 필요하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