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카누·조정 남북 단일팀 합훈
ㆍ훈련 시간 빠듯, 유니폼도 없지만 20대 주축인 선수들, 빨리 친해져
ㆍ‘대동호·한강호’ 이름 붙인 보트로 폭염 아랑곳 않고 함께 ‘원팀’ 맹훈
뙤약볕이 내리쬐는 31일 충주 탄금호 조정경기장. 오랜 기다림 끝에 한 팀이 된 남북 카누·조정 단일팀 선수들은 비로소 한 팀이 돼 물살을 갈랐다. 아직 호흡을 맞춘 시간이 길지 않아 최고 속력을 내지는 못했지만, 남북의 젊은 선수들의 미소 띤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카누 드래곤보트(용선)와 조정 남자 에이트, 남자 무타포어, 여자 경량급 더블스컬 단일팀은 이날 합동훈련 이틀째를 맞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까지 20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북측 선수들이 지난 29일에야 인천공항을 통해 남측을 찾은 탓에 호흡을 맞추기엔 시간이 빠듯해 보였다.
아직 유니폼도 맞추지 못했다. 다양한 색으로 염색한 머리, 각자 소속팀의 복장을 한 남측 선수들과 흰색 반팔 티에 흰색 모자를 맞춘 북측 선수들을 ‘한 팀’으로 부르기엔 다소 어색함이 있었다. 하지만 우려는 사라졌다. 남측 선수들이 슬며시 다가서자, 2열로 줄지어 서 있던 북측 선수들의 대열도 금세 풀어졌다. 북측 선수들 가운데 모자를 벗으며 밝게 웃는 선수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20대가 주축인 단일팀 선수들은 생각보다 빨리 친해진 듯했다.
이날 충주의 최고기온은 37도까지 올랐지만 선수들은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훈련에 열중했다. 카누 드래곤보트 선수들은 각각 ‘대동호’와 ‘한강호’로 이름 붙은 보트를 타고 물살을 갈랐다. 한강에서, 대동강에서 남북 선수들이 함께 호흡을 맞추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겼다. 선수들의 호흡을 맞추는 ‘드러머’의 북소리가 탄금호에 울려 퍼지는 사이, 조정 선수들도 8인승, 4인승, 2인승 보트를 함께 나눠 들고 물가로 나섰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때 홀로 튀는 포즈를 잡는 북측 선수가 보이기도 했다.
음료를 마시며 중간중간 대화를 나누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단일팀 선수들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훈련에 앞서 진행된 카누 드래곤보트 진수식에서 만난 단일팀 남측 선수 박철민(19·동국대)은 “단일팀이 돼 함께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좋다. 이야기하다가 어색함도 금세 풀었다”고 말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시종 충북도지사 등 남측 관계자들도 한호철 단일팀 북측 선수단장 등 북측 관계자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도 장관이 “체육과 문화·예술이 남북 화해와 교류·협력 등의 역할을 많이 할 수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하자 한 단장이 “출발선에서 제일 앞서간다”라고 화답했다. 도 장관이 “단일팀을 보며 남북이 한배를 탄 운명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는 얘기에 한 단장은 “지금 같이 노를 젓고 있다”면서 함께 웃기도 했다. 드래곤보트의 이름 ‘대동호·한강호’를 ‘통일호’로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는 농담도 오갔다.
단일팀의 선전도 함께 기원했다. 한 단장은 “메달 획득을 예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두가 응원하면 할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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