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코리아오픈 국제 탁구대회 3관왕 오른 장우진
“감독님이 그때의 찡한 마음,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해주셨어요.”
지난 22일 폐막한 신한금융 2018 코리아오픈 국제 탁구대회에서 3관왕에 오른 장우진(23·미래에셋대우·사진)은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단일팀 멤버였던 김택수 남자대표팀 감독(48)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북측의 차효심(24)과 호흡을 맞춘 혼합 복식 우승의 감동, 북측 선수들과 이별했을 때의 아쉬움이 아직 진하게 배어 있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두고 호주오픈 탁구대회에 참가 중인 장우진은 지난 25일 경향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처음엔 남북 단일팀 구성도, 함께 복식을 치른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에 정이 많이 든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대회에서 스치듯 북측 선수들을 본 기억밖에 없던 장우진에게도 그들과의 조우는 생소했다. 하지만 적응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장우진은 “북측 선수들이 생각보다 우리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서 많이 놀랐다”며 “연습 도중 실수하면 ‘집중 좀 하라’며 장난치듯 농담을 던지며 친해졌다”고 말했다.
선수들 사이의 벽을 허문 데는 코칭스태프의 역할도 컸다. 장우진은 김택수 감독으로부터 1991년 지바에서의 경험담을 들었다.
“먼저 선수들의 이름을 익히고, 서로 이름을 불러가면서 어색함을 빨리 떨쳐내야 한다고 하셨어요.”
차효심과의 친밀감도 그렇게 쌓았다. 한 살 많은 차효심에게 먼저 ‘누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대회 첫날, 감독님이 효심 누나에게 ‘우진이가 못하면 때려도 된다. 착하니까 뭐라고 할 애가 아니다’라고 하셨어요. 그러니까 누나가 ‘별로 착한 거 같지는 않아 보입네다’라고 대꾸를 하더라구요(웃음).”
익숙지 않던 북측의 탁구 용어가 귀에 들리기 시작하고, 경기를 치를수록 호흡도 맞아갔다. 호흡을 맞춘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은 복식조는 세계랭킹 2·3위를 연파하고 우승을 품에 안았다. 장우진도 “많은 관심을 받고, 그만큼 부담이 됐던 혼합복식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무뚝뚝하던 차효심도 대회 막판에는 장우진에게 ‘우진 동생’이라며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둘은 우승의 영광을 이룬 테이블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다. 차효심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번졌다.
장우진은 “남측 선수들과도 단일팀이 되면서 우리가 얻고 배우는 게 많아질 거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며 “남과 북이 함께하면서 알 수 없는 힘이 나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다음달 개막하는 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 단체전에 출전하는 장우진은 “경쟁을 피할 수 없겠지만 친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는 한마디를 더했다. “저의 다음 혼합복식 파트너도 효심 누나였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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