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투자처 실종·고수익 기대 맞물려, 신용거래·증권담보융자 급증
ㆍ주요증권사 담보대출 조이기 시작…“주가 하락 염두에 두어야”
시중은행 직원 A씨(32)는 코로나19로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마이너스 통장에서 2000만원을 끌어와 주식에 투자했다. 대출과 주식 투자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은행 내에서도 알음알음 돈을 빌려 투자하는 ‘빚투’가 성행하고 있다는 그는 “주변에 비하면 나는 빚을 많이 낸 편이 아니다. 폭락주가 나오면 또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A씨처럼 빚을 내 투자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고 있다. 코스피가 코로나19 확산 전 수준을 회복한 뒤에도 주식 투자를 위해 빌린 자금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고, 빚을 내야 그만큼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심리 때문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 2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금 잔고는 14조496억원, 예탁증권담보융자금 잔고는 17조7406억원이었다.
신용거래융자금은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주식을 사라고 빌려준 돈이다. 예탁증권담보융자금은 증권사가 투자자가 가진 주식을 담보로 빌려준 ‘증권담보대출금’인데, 투자자들은 대개 이를 주식에 투자하는 데 쓴다.
지난 3월 코스피가 1400선까지 급락했다 반등한 직후 신용거래융자는 꾸준히 증가했으나 13조원을 넘어 14조원까지 올랐던 적은 거의 없었다. 예탁증권담보융자금의 경우 과거 18조원까지 올랐던 적은 있었으나 지난달 말 17조2161억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최근 주요 증권사들이 증권담보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말부터, 삼성증권과 KB증권은 지난 23일부터 신규 증권담보대출을 중단했다.
3월에는 ‘곧 주가가 오른다’는 기대가 빚내서 하는 투자를 이끄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코스피가 코로나19 확산 전처럼 2100~2200선을 오가는 동안에도 ‘빚투’는 줄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 외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만연하다. 주된 투자처였던 부동산에는 정부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데다, 금리 인하로 예·적금뿐 아니라 채권 수익률도 줄었고, 최근 잇단 사모펀드 사태에 펀드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반면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아 현재 유일한 자산 증식 수단으로 꼽힌다.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을 ‘연 2000만원 이상’으로 정했을 때 투자자들이 들고 일어선 데는 ‘정부가 자산 증식 수단을 모두 막는다’는 반발심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식시장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고 밝힌 뒤 정부가 양도세 과세 기준을 ‘연 5000만원’으로 높인 뒤에야 반발은 진정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특히 20·30대는 월급만으로 주식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의식이 커 앞으로 적극적으로 재테크에 나설 것”이라며 “스마트한 투자는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려도 적지 않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고점일 때 빚내서 하는 투자가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투자자들의 조급함이 느껴진다”며 “주가가 떨어질 때의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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