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불펜투수들. 왼쪽부터 김상수, 한현희, 이보근, 김성민. 이석우 기자

 

히어로즈와 ‘든든한 불펜’은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였다.

손승락, 조상우, 한현희, 김상수, 이보근 등 리그 정상급 마무리와 셋업맨들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양적으로 풍족하지 못해 ‘키맨’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2014년 정규리그 2위를 한 뒤 한국시리즈에 올랐을 때도,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SK와 플레이오프 5차전 접전을 벌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에는 한현희와 조상우, 마무리 손승락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지난해에는 이보근과 김상수, 구원등판 하면서도 선발 못지 않게 투구한 안우진에게 부담이 집중됐다. 시리즈가 길어질 수록 히어로즈의 핵심 불펜들은 지쳤고 결국 우승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다. 강력한 타선과 대비됐던 불펜진의 약점은 히어로즈의 오랜 고민이었다.

올 시즌 키움 불펜진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반기 키움의 불펜 평균자책은 3.52로 3위다. 리그 선두 SK(3.87)보다도 낮다. 안정된 불펜을 자랑하는 LG(3.27)와 두산(3.46)과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불펜 키맨들의 활약도 눈부시지만 양적으로도 풍족해졌다.

가장 큰 발견은 마무리 오주원이다. 키움은 조상우가 6월 중순 부상으로 한달여 자리를 비우게 되자 오주원을 마무리 투수에 배치하는 고육책을 썼는데 이것이 통했다. 오주원은 백전노장이었지만 지난해까지 통산 세이브가 6개에 불과할만큼 마무리 경험이 일천했다. 하지만 마무리로 낙점된 6월10일 이후 15경기에서 12세이브를 따냈고, 15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짠물투를 선보였다. 조상우 복귀 후에도 마무리 자리를 지켜낸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조상우도 복귀 후 2경기에서도 여전히 평균시속 150㎞에 육박하는 속구를 뿌리며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키움 마운드의 선택지는 더욱 다양해졌다. 조상우를 경기 중·후반 접전 상황에서의 필승 카드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기존 필승조 김상수와 한현희도 시즌을 치를 수록 안정감을 찾아갔다. 김상수는 6월 이후 16홀드를 추가하며 전반기 27홀드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2016년 세운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21개)을 넘어섰고, 생애 첫 개인 타이틀과 함께 한 시즌 최다 홀드(37개) 경신도 노려볼만 하다. 한현희도 6월 이후 15경기에서 10홀드, 평균자책 2.45를 기록중이다.

예년보다 좋아진 투수들도 키움의 불펜진을 두텁게 했다. 불안한 제구로 미완의 대기였던 좌완 김성민은 올해 36경기에서 평균자책 1.79로 잘 던지고 있다. 대체 선발로 나서 6승을 따낸 우완 김동준, 역시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평균자책 3.12로 잘 버틴 사이드암 신재영도 후반기 불펜에서 힘을 보탤 수 있는 자원들이다. 시즌 전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고서도 부진해 1군에서 빠진 기간이 길었던 이보근도 6월 중순 복귀 후 연착륙하고 있다. 12경기에서 12이닝을 던져 삼진을 10개 잡는 동안 사사구가 없는 게 고무적이다. 좌완 이영준과 사이드암 양현도 나쁘지 않다.

다양성도 갖췄다. 한현희와 신재영은 같은 사이드암이지만 구속 차이와 스타일이 다르다. 같은 좌완이지만 오주원은 슬라이더를, 김성민은 체인지업을 주로 쓴다는 데서 차이가 있다. ‘누구를 1군에서 제외시킬지’가 고민이 될 정도로 자원이 풍족해졌다. 키움이 예전과 다른 가을 야구 결말을 기대해볼만한 이유가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