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뻗지 않는’ 공인구에 적잖은 타자들이 전반기 내내 시달렸다. 시즌이 반환점을 돌자, 부진의 늪에 빠져 주눅들었던 타자들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어느덧 공인구가 익숙해진 타자들은 후반기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올 시즌 7월 타격 성적을 보면 기대치에 못미쳤던 타자들이 여럿 회복세에 접어든 게 보인다. 지난 18일 경기를 끝으로 전반기를 마친 상태에서 7월 OPS(출루율+장타율)가 1.000 이상인 타자들(규정타석 기준)은 총 8명. 이들 중 제라드 호잉(한화·1.217)과 이재원(SK·1.155), 유한준(KT·1.030)과 오재일(두산·1.026)의 경우 개막 후 6월까지의 OPS가 0.800에도 못미쳤다. 순위로 치면 20위권 중반~30위권 초반에 머물러있다가 7월들어 타격감이 살아났다. 김현수(LG) 역시 6월까지의 OPS는 0.805로 26위에 그쳤으나 7월 OPS는 1.158로 3위로 올랐다.
이들은 지난 시즌 팀의 중심타선을 이룬 타선의 핵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들어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홈런을 치며 그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나는 듯 했다가도 금세 타격감이 식어버리는 일이 수차례 반복되며 부진은 길어졌다. 지난 시즌 소속팀의 한국시리즈행을 도왔던 오재일과 이재원의 경우 6월까지의 타율이 2할5푼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쓰고도 20홈런을 친 김현수는 6월까지 홈런을 5개 치는데 그쳤다.
그러나 7월 부진했던 타자들이 부활의 실마리를 찾았다. 호잉은 7월 타율이 0.431에 이른다. 제리 샌즈(키움·0.404)와 함께 ‘유이’한 월간 4할 타자로, 6월까지 0.271이었던 타율을 3할 가까이(0.294)까지 끌어올렸다. 호잉은 또 4홈런을 몰아치며 월간 공동 4위에 올랐다. 5개를 쳐 공동 선두에 오른 선수가 3명이기에 2위 기록이나 다름없다.
오재일 역시 7월 14타점을 쓸어담았다. 박석민(NC)-제이미 로맥(SK)에 이어 월간 타점 3위에 올랐다. 바로 뒤에 김현수와 이재원, 유한준이 13타점으로 추격하고 있다. 김현수는 국내 타자들 중 가장 높은 7월 타율(0.383)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의 기대치에 다가서고 있다.
각자 나름대로 해법을 모색했고 그것이 통했다. 호잉은 “바뀐 공인구가 미칠 영향을 미리 알지 못했지만, 홈런을 의식하기보다 안타를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접근하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오재일은 “지난해 좋은 기록을 잊고 밸런스를 잡는데 집중했어야 했는데 잘 안됐다”면서도 “마음을 비우고 스윙에만 집중하니 좋은 타구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물론 전반기가 끝나도록 부활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타자들도 남아있다. 하지만 타격 회복세가 완연한 타자들이 여럿 나타난 것은, 다른 타자들도 금방 부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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