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강백호(왼쪽)와 한화 박상원. 이석우 기자·한화 이글스 제공

KT 강백호(왼쪽)와 한화 박상원. 이석우 기자·한화 이글스 제공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인왕 후보자는 단연 강백호(KT)다. 고졸 신인 타자로 데뷔와 동시에 팀의 라인업 한 자리를 차지했고, 3할에 가까운 타율에 1994년 김재현(LG)이 세운 고졸 신인 데뷔 시즌 최다 홈런 기록(21개)도 넘길 기세다.

올스타전에서는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50㎞대 강속구를 뿌려대며 이슈의 중심에도 섰다. 시즌 초반 함께 주목받았던 1999년생 고졸 신인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1군에서 존재감을 잃기 시작하며 ‘신인왕 0순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통계 수치를 보면 강백호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한화의 대졸 2년차 투수 박상원도 주목할만한 경쟁자다. 박상원은 24일 경기 전 기준 42경기에 등판해 2승1패 5홀드,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맹활약 중인 한화 불펜 투수 중에서 서균·송은범(44경기)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경기에 출장하는 등 공헌도도 낮지 않다. 박상원은 지난해 1군에서 21.2이닝을 던져 올 시즌 신인왕 자격(30이닝 이내)을 갖췄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박상원의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는 1.31이다. 반면 강백호의 수비기여도 제외 WAR는 1.11로 떨어진다. 강백호의 WAR에 수비 기여도가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프로 데뷔 후 처음 전업 외야수로 나서 가끔 불안한 수비를 보이는 강백호의 수비공헌도를 합해도 수치는 크게 오르지 않을 것 같다.

팀 성적도 강백호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KT는 승률 4할을 조금 넘기며 10개팀 중 9위에 자리하고 있다. 24일 경기 전 기준 5위 넥센과의 승차는 6.5게임 차. 추격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어려운 상태다. 팀이 가을야구에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신인왕을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지난해 이정후(넥센)의 경우 소속팀이 시즌을 7위로 마쳤지만 시즌 막판까지 SK·LG와 함께 5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 2013년 이재학(NC)도 팀이 7위에 그쳤지만, 1군에 처음 합류한 신생 구단이 최하위를 피했다는 것만으로도 ‘선전’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었다.

강백호의 ‘독주’라고 보기는 어려워도 강백호에게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올스타전에서 ‘투타겸업’을 현실화하는 등 꾸준히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데뷔 시즌 신인왕’이라는 상징성도 크다. 최근 10년 동안 데뷔 시즌에 신인왕에 오른 것은 지난해 이정후가 유일했다. 갓 입단한 선수가 불펜에서 활약한 경우는 적지 않아도 선발 라인업 한 자리를 꿰찬 경우가 드물었다는 점, KT 팬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강백호에게 유리하다.

KT는 현재까지 신인왕을 아직 한 명도 배출하지 않은 유일한 구단이다. 강백호가 현재의 개인 성적을 얼마나 유지하거나 끌어올릴지, 팀 성적이 하위권을 벗어날 수 있을지에 따라 강백호의 신인왕 기상도가 조금씩 바뀔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