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가 중요한 이유를 찾기 위해 너무 많이 애 쓸 필요는 없다. 지난 겨울 믿을만한 주전 포수를 잃었던 NC와 롯데의 올해 순위가 좋은 증거다. 한화도 오랜 부진의 시간 동안 포수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신경현이 2012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뒤, 한화는 내부에서 오래 키운 유망주와 외부에서 데려온 베테랑들 사이에서 해답을 찾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한화는 지난해 시즌 도중 두산에서 최재훈을 데려오면서 주전 포수 문제를 하나 해결했다. 올해에는 날개를 하나 더 달았다. 지성준이 최재훈의 ‘백업 포수’ 이상의 활약으로 우뚝 섰다. 팀의 ‘에이스’ 키버스 샘슨의 전담 포수로, 60경기에서 5차례나 결승타를 친 숨은 클러치 히터로 자리잡았다.

한화 지성준. 이석우 기자

한화 지성준. 이석우 기자

변화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18일 KBO리그 수원 KT전을 앞두고 만난 지성준은 ‘감독님과 코칭스태프들이 준 믿음’을 꼽았다. 지난해 말 한화에 새로 부임한 한용덕 감독과 강인권 배터리코치가 지성준에게 “실수하면 어떠냐. 너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고 그에게 꾸준히 말했다.

청주고를 졸업하고 육성선수로 연고팀 한화 유니폼을 입은 지성준은 입단 2년차인 2015년부터 모습을 선보였다. 시즌 전 시범경기에서 두각을 보이며 ‘차세대 주전 포수감’이 넘치던 한화의 안방마님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2015시즌 도중 얻은 골반 부상으로 시즌 후 수술을 받았고, 2년간 1군에서 한 경기 나서는 데 그쳤다. 그 즈음 2군에서 ‘입스’(두려움으로 발생하는 불안 증세)가 생겼다고 했다. 투수가 던진 공을 받을 때 ‘이 공을 놓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드는, 흔히 볼 수 없어 터놓고 하소연할 곳도 없던 증세였다.

지난 12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넥센의 경기. 3회초 넥센 김하성이 박병호 2루타를 틈타 홈으로 쇄도하다 한화 지성준에게 태그 아웃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넥센의 경기. 3회초 넥센 김하성이 박병호 2루타를 틈타 홈으로 쇄도하다 한화 지성준에게 태그 아웃되고 있다. 연합뉴스

입스의 원인도, 해결책도 알지 못한채 지난해 마무리 훈련에 들어갔다. 새 시즌 백업 포수 자리를 꿰찼지만 캐칭, 수비, 타격에 일말에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 지성준은 “4월 중순 팀이 연패를 당해 3위에서 7위로 곤두박질쳤을 때만 해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던 5월 어느 날, 거짓말처럼 입스가 사라졌다. 지금도 지성준은 입스가 풀리던 순간도, 왜 풀렸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기회가 될 때마다 “사내 자식이, 실수 한번에 위축될 필요가 뭐 있느냐”며 한 감독이 건넸던 농담이 효과를 본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된다는 불안감이 걷히자 선수 생활에도 다시 볕이 들었다. 시즌 10승 투수 샘슨과는 경기 중 농담을 주고받는 친밀한 사이가 됐다. 이제는 무더위를 견디며 한 시즌을 꾸준히 치를 수 있는 포수가 되기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다. 지성준은 “(최)재훈이 형, 강인권 코치님으로부터 캐칭, 상대 타자 분석에 대한 많은 정보를 주고 받는다”며 “나도 이렇게 한 시즌을 오래 견딜지 예상하지 못했지만, 무더위 몸 관리 잘해서 좋은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