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투수 최다 출장 기록 보유자는 OB와 LG에서 총 20시즌을 뛰었던 류택현 KT 코치다. 그가 901경기를 뛰었던 건 착실한 자기 관리가 뒷받침됐기 때문이지만, 그의 보직이 상대 주축 좌타자를 표적으로 짧게 던지는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였던 탓도 있다.
매시즌 투수 경기 출장수를 보면,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투수는 대개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였다. 지금은 한화의 마무리를 맡고 있지만, 데뷔 초 SK의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였던 정우람은 2008년 한 시즌 투수 최다 출장 기록(85경기)을 세웠다. 최근 5년간을 돌아봐도 이명우(롯데·2013년), 진해수(LG·2014, 2017년), 임정호(NC·2015년) 등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가 최다 출장 투수였다. 대부분 경기 당 한 두 타자들을 상대하고 물러나기에 경기당 평균 이닝 수는 1이닝을 넘지 않았다. 2016년 전천후로 마운드에 올랐던 한화 박정진(77경기 84이닝) 정도가 다소 특이한 케이스다.
올해 전반기만 보면 상황이 조금 다르다. 가장 많이, 자주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두산의 박치국이다. 박치국은 47경기에 나와 1승5패, 3세이브에 10홀드를 거뒀다. 평균자책점도 3.22로 준수하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마무리 함덕주(1.58)보다도 낮은 1.29다. 두산이 전반기를 2위 한화와 7게임 차 1위로 마칠 수 있던 데는, 타선의 폭발력과 안정적인 우완 선발진에 박치국을 비롯한 젊은 불펜들의 활약이 큰 역할을 했다.
두산이 시즌 초반 마무리를 김강률에서 함덕주로 바꾸는 조정기를 거치는 동안에도 사이드암 박치국은 굳건히 필승조 한 자리를 지켰다. 마무리 투수가 동점을 허용해 연장에 돌입하면 경기를 매듭지어야할 때도 있었다. 전반기의 활약 덕분에 프로 2년차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뽑혔다.
이제 전반기의 단단한 활약을 후반기에도 박치국이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박치국이 47경기서 투구한 이닝은 50.1이닝. 경기당 1이닝을 조금 넘는다. 다만 ‘필승조’의 특성상, 점수 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승리를 지키기 위해 등판할 때가 많았다. 그 때의 중압감이 마무리 투수보다는 덜하겠지만, 적게는 한 타자를 상대하는 게 임무인 원포인트 투수들보다는 중압감이 덜할 리 없다.
여러 압박감을 견디며 많은 경기를 치렀던 박치국의 앞에는 아시안게임도 남아 있다. 아시안게임 직전 총력전이 예상되는 8월 중순까지의 무더위 속에서 시즌을 치르고, 리그가 휴식기에 돌입한 뒤에도 또다시 무더운 날씨 속에서 금메달에 대한 압박감을 안은 채 지내야 한다. 지난해 21경기에 나서긴 했지만 한 시즌을 지치지 않고 치를 수 있는 요령을 체득했는지는 알 수 없다. 올 여름 박치국이 더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 치러야 할 숙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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