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8·2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구도가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에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재선 의원 4명이 도전하는 모양새가 됐다. ‘양강’ 강병원·강훈식 의원은 조직력을, ‘양박’ 박용진·박주민 의원은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본경선의 문턱을 넘어 당권 유력주자 이재명 의원과의 맞대결을 노린다.

지난 8일 박주민 의원이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면서 관심을 모았던 97세대 의원들 중 4명이 당대표 경선 레이스 출발선에 섰다. 이들은 당대표를 향한 행보에도 시동을 걸었다. 강병원 의원은 10일 광주 5·18민주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강기정 광주시장, 광주지역 구청장 및 지방의원들을 만나기로 했다. 강훈식 의원은 전날 민주당 창당당원인 황규영 원로를 만난 뒤 대전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민주당은 당대표 경선 후보가 4명 이상일 때 본경선 후보 3명을 추리기 위해 예비경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재명 의원은 출마하면 예비경선도 쉽게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의원이 예상대로 당대표 출사표를 던지면, 예비경선은 남은 두자리를 놓고 벌이는 각축전이 된다.

‘양강’과 ‘양박’으로 묶이는 97세대 4인방은 공교롭게도 성씨(姓氏)별로 강점도 유사하다. 박용진·박주민 의원은 당권·대권 출마와 여러 활동 등을 통해 인지도가 높다. 박용진 의원은 ‘세대교체론’을 들며 지난해 20대 대선 당내 경선에 출마했다. 박주민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을 역임했고 서울시장 후보군으로도 꼽히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5~6일 전국 만18세 이상 1056명에게 실시한 조사결과, ‘민주당 세대교체 적임자’로 박용진 의원이 가장 높은 16.1%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박주민 의원이 12.9%로 뒤를 이었다.

이 조사에서 강병원·강훈식 의원은 각각 2.8%를 기록했다.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8.2%)보다 수치가 낮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그러나 강병원·강훈식 의원은 당내 조직력이 ‘양박’ 의원들보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데 희망을 걸고 있다. 강병원 의원은 ‘친문재인계’로 분류되며 지난해 친문표를 등에 업고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바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친문 의원들의 측면지원을 받는 중이다. 강훈식 의원은 상대적으로 계파색은 약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충남도당위원장을 지냈고 당내 대규모 의견그룹인 ‘더좋은미래’가 이번 출마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년과 달리 이번 전당대회에서 추가된 예비경선 국민여론조사가 얼마만큼 영향력을 미치느냐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위원급의 비중은 70%로 국민여론조사의 2배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론조사에서의 응답률 격차를 국회의원·지역위원장 및 단체장 등 당내 주요 인사들의 표로 극복할 수 있다. 다만 중앙위원들이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당내 경선에서의 박영선 후보나 20대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처럼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선택할 수도 있다.

‘세대교체’ 흐름과는 거리가 있지만 당내 경험이 많고 인지도가 크게 뒤지지 않는 ‘86세대’ 당대표 후보 김민석 의원의 존재, 예비경선 이전의 97세대 후보 간의 단일화도 변수로 꼽힌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