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OTT, 숏폼이 흥행 요인 되며
바이럴 염두에 두고 기획도
드라마 회차 줄어들고 극 전개 빨라져
1~3분 짜리 숏드라마도 증가세
긴 영상을 더 이상 집중해서 보지 않는 세태에 맞춰 영상이나 음악의 길이는 짧아지고, 대중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을 내용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획 단계부터 숏폼 바이럴(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지는 현상)을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콘텐츠는 더 웃기고, 더 짧아지고, 더 빨라졌다. 드라마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 가요계가 숏폼 시대에 대처하는 방법을 살펴봤다.


SBS <멋진 신세계>와 티빙의 <취사병 전설이 되다>. 최고 시청률 10%를 넘기며 올해 상반기 히트작이 된 두 드라마에는 공통점이 있다. ‘숏폼 콘텐츠’를 방불케 하는 장면이 등장하고, 그것이 그대로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인기를 끌며 드라마에도 관심이 집중됐다는 점이다. <취사병…>에서는 주인공인 취사병 ‘강성재’(박지훈)가 만든 음식에 등장인물들이 선보인 만화 같은 리액션이 큰 인기를 끌었다. 리액션 장면은 급기야 3분짜리 뮤직비디오로 발전했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현대 무명 배우 ‘신서리’의 몸으로 깨어난 조선 후궁 ‘강단심’(임지연)이 “더러운 입을 놀리느냐”고 말하는 장면이 극중에서 SNS 숏폼으로 바이럴되면서 이야기가 본격 전개된다. 극 중의 50초 분량 숏폼은 현실에서도 널리 퍼져 드라마의 흥행으로 이어졌다.
이는 숏폼에 특화된 방송 드라마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가 인기를 끈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취사병…> 제작진은 ‘맛 리액션’에 대해 “단순히 화제성을 만들기보다는 맛이라는 요소를 직관적이고 재미있게 체감할 수 있는 표현 방식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출발했다”며 “바이럴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기획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멋진 신세계>는 숏폼으로 눈길을 먼저 사로잡은 뒤, 본격적인 로맨틱 코미디 서사를 선보였다.

숏폼이 일상화되며 바뀐 드라마 작법은 장르 불문 적용되고 있다. 기존에는 16부작 ‘미니시리즈’도 짧은 드라마로 통했는데, OTT가 대중화되면서 시리즈의 횟수는 그보다 짧은 12부, 10부, 8부 등으로 줄어들었다. OTT와 동시 공개되는 방송 드라마의 횟수도 덩달아 12부 이하로 짧아졌다.
드라마의 극 전개는 짧고 빨라졌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한 회차에서도 여러 장면을 짧게 쪼개는 구성이 많아지고 있다. 현재와 과거, 인물의 심리나 극 중 정보를 쪼개서 배치하는 경우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외에서 인기를 끈 넷플릭스 10부작 시리즈 <참교육>은 ‘교육을 위한 초법적 폭력’이라는 문제적 소재로 주목받았지만, 회차별로 다른 빌런(악역)이 나타나 한 회 안에 에피소드가 마무리되는 빠른 전개 또한 인기 요인이었다.
이는 숏폼 중심의 마케팅을 염두에 둔 전략인 동시에, 숏폼에 익숙해져 긴 호흡의 영상을 찾지 않는 시청자들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기도 하다. 윤 교수는 “전에는 좋아하는 드라마를 찾아서 보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SNS 등에서 수많은 콘텐츠를 ‘그냥 보는’ 느낌”이라며 “콘텐츠를 생각하며 보는 게 불편하고, 긴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생활 패턴 등이 맞물려 (드라마에도) 변화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예전 드라마를 지금 2배속으로 봐도 느리다고 느껴질 정도로 요즘 드라마의 전개는 빠르다”며 “사람들이 원하는 영상의 형식이 바뀌다 보니 드라마의 내용마저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숏폼 시대’ 이전 작법으로 만든 드라마가 여전히 제작되고 있지만, 시청률 등 흥행 성적 면에서는 시원찮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JTBC의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작가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최고 시청률 5.3%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수치다.
편당 1~3분 길이 ‘숏드라마’도 시도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숏드라마 시장이 발달했고, 국내의 영상 제작자들도 이를 판로로 삼고자 한 것이다. 천만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들까지 숏드라마에 가세했다. 기존 드라마보다 제작비가 적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꾸준히 유명 배우·감독을 유입시키고 양질의 작품을 제작하기는 어려울 수 있어 숏드라마가 대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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